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강력한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이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의 환율과 물가, 금리 등에 영향을 주면 경기침체 속에 물가 상승이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29일 기재부 내 금융·외환·채권시장 담당 부서와 국제금융센터가 참여하는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우리 금융시장이 미국 등 주요국 금융시장과 동조화가 심화된 측면이 있으므로 당분간 시장 상황에 대한 주의 깊은 모니터링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 차관은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금융·외환·채권시장 반응에 유의하는 한편,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대응체계를 유지해달라"며 "시장에서 과도한 쏠림현상이 나타날 경우에 대비해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회의는 26일 개최된 거시경제금융회의의 후속으로, 미국 잭슨홀 회의의 결과를 반영해 시장 상황을 업데이트하고 우리 금융·외환·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기 위한 자리였다. 파월 의장은 26일 잭슨홀 연설에서 당분간 제약적 수준까지 금리를 인상하고, 현재의 긴축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당분간 제약적인 통화 정책 스탠스 유지가 필요하다"며 "또 한 번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금융시장에서 주가가 하락하고, 국채금리 상승 및 달러화 강세 현상이 나타났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3.4% 급락하고 나스닥 지수도 4.1% 떨어졌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2bp(1bp=0.01%P) 상승했고,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가 0.3% 상승하는 등 달러화 강세 현상이 나타났다. 29일 원/달러 환율은 2009년 4월 29일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장중 135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포지션은 제한적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 물가 상승세가 소비를 둔화시키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면 기업의 투자와 소비도 위축돼 경기가 둔화할 수 있다. 즉, 경기 침체 속에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가 더욱 커지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부진 속에 물가는 오르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다"며 "(파월의 매파 발언은) 실물 경제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금융시장에 부정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미국의 물가 상승률 추세, 한미 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 등을 반영한다면, 통상적인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높아질 경우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커져 외환시장이 더욱 불안정해질 수가 있고, 자본 유출의 우려도 커지게 된다"며 "대외 여건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무역 수지는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고, 경기침체나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외환위기로 들어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는 이미 올라가고 있고, 내년 상반기가 되면 지금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도 이어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도 커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