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코스닥 상장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소폭 증가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시된 코스닥 상장 시가총액 상위 제약바이오 기업 18곳의 2022년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올 상반기 연구개발 투자규모는 약 2524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약 2000억 원)보다 20%가량 늘었다. 분석대상 기업은 주요 제약기업의 신약개발 자회사, 의약품 개발 및 판매 기업, 혁신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 등이 포함됐다. 의료기기, 치료재료, 진단키트, 진단시약 개발 및 판매 기업 등과 거래정지된 회사들은 제외했다.
분석 대상 18곳 중 올 상반기 매출 500억 원 이상을 기록한 기업들은 차바이오텍(3997억 원), 휴온스(2399억 원), 셀트리온제약(1941억 원), GC셀(1395억 원), 휴젤(1323억 원), 메디톡스(896억 원), 에스티팜(881억 원) 등 7곳이었다. 매출 100억~400억 원 기업은 6 곳으로 젬백스(410억 원), 유바이오로직스(252억 원), 에이비엘바이오(190억 원), 레고켐바이오(175억 원), 알테오젠(127억 원), 제넥신(114억 원) 등이다. 매출 20억 원 이하의 혁신 신약개발 바이오 기업 보로노이, 헬릭스미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메드팩토, 툴젠 등 5곳도 포함됐다.
상반기 연구개발 투자액이 가장 많은 기업은 266억 원을 쓴 알테오젠이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은 208.85%였다. 작년 상반기 R&D 비용 143억 원보다 100억 원 이상 투자액을 늘려, 지난해 연간 R&D비용 284억 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바이오베터 개발기업인 알테오젠의 개발 분야는 현재 지속형 바이오베터, 항체-약물 접합 치료제, 항체 바이오시밀러 3가지다. 이어 차세대 항체-약물 결합체(ADC) 기술을 기반으로 신약개발에 나선 레고켐바이오가 상반기 246억 원을 R&D(비중 140.67%)에 투자했다. 이중항체 치료제 개발기업 에이비엘바이오는 상반기 240억 원(비중 122.26%)을 연구개발에 사용해 투자금액 3위에 자리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작년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202억 원이었다.
매출 상위권 코스닥 상장사와 제약기업 자회사들의 연구개발 투자규모는 다른 신약개발 바이오기업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매출 800억 원 이상 7개 기업 중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중이 두자릿수를 넘긴 곳은 메디톡스(19.7%), 에스티팜(14.23%), GC셀(10.9%) 3곳으로,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각각 176억 원, 125억 원, 152억 원이었다. 이어 휴온스가 185억 원(7.7%), 휴젤이 92억 원(6.94%)의 연구개발비를 상반기에 지출했다.
연구개발 투자에 다소 인색했던 기업은 차바이오텍과 셀트리온제약이다. 상반기 40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한 차바이오텍의 연구개발비는 75억 원으로, 매출액 대비 1.87%에 불과했다. 셀트리온제약도 상반기 약 4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해 비중은 2.04%였다. 또한 젬백스의 경우도 상반기 연구개발 집행 금액은 31억 원으로, 비중은 7.93%였다.
반면 혁신 신약 개발에 나선 바이오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비중은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약개발 기업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이하 브릿지바이오)는 상반기 매출 8억 원에 연구개발 투자액 182억 원으로 비중이 2196%에 달한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간 R&D 투자액은 203억 원이다. 헬릭스미스는 상반기 18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사용해 비중은 909.78%였다. 지난해 12월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상장 이전했던 툴젠은 상반기 매출이 4억 원에 불과했지만, 연구개발비는 52억 원, 비중은 589.17%였다. 지난 2020년 52억 원, 2021년 64억 원 등 툴젠은 지속적으로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매출이 없어 비중을 산정하지 못한 메드팩토는 올 상반기 14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했다. 메드팩토는 연구개발비로 2020년 240억 원, 2021년 246억 원을 투자하며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기업 특성상 임상시험에 매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며 “긍정적인 임상시험 결과를 도출하고 기술이전이나 직접 신약개발 및 허가 등의 장기간 투자를 위해 상장 바이오기업들의 경우 전환사채(CB) 발행, 유상증자 등으로 투자금을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신약개발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면서 투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도 있다. 실제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외 벤처캐피탈(VC)의 신규투자액은 4조61억 원으로 작년 대비 24.3% 늘었다. 반면 바이오·의료 신규 투자는 6758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8066억 원보다 대폭 감소했다.
그럼에도 주요 바이오기업들은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더 늘리기 위해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금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브릿지바이오는 6월 486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마무리했고, 올릭스도 치료제 연구개발 자본 확충과 재무구조 개선 등을 목적으로 5월 57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통상적인 임상단계 과제 운영에 따라 연간 약 250억 원 규모로 자금이 집행되고 있으나, 하반기 추가 과제 도입 및 다국가 임상 확대에 따라 변동은 있을 수 있다”며 “추가적인 기술이전 계약, 국책 과제 지원 등 연구개발비 일부를 보전함과 동시에 신속한 개발 속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