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R&D) 투자금액이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시된 17개 매출 상위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의 2022년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상반기 연구개발비 총액은 약 1조105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7개 기업의 상반기 연구개발비 총액 9677억 원보다 약 14.3% 증가한 수치다. 이투데이는 분석 대상에 상반기 매출 3000억 원 이상 15개 업체와 연구개발 비중이 높은 LG화학 생명과학사업부문, SK바이오사이언스를 포함시켰다. 이들 17개 기업의 상반기 합산 매출액은 9조7603억 원으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중은 평균 11.33%다.
금액 기준으로 연구개발비를 가장 많이 쓴 곳은 셀트리온이 1위를 차지했고 LG화학이 뒤를 이었다. 셀트리온은 매출 1조1467억 원에 연구개발비 1783억 원을 지출했으며 R&D 비중은 15.54%였다. 상반기 매출 4390억 원을 기록한 LG화학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1260억 원으로, 매출액 대비 비중은 28.7%나 됐다.
이어 대웅제약 940억 원(이하 연구개발 비중 16.6%), GC녹십자 889억 원(10.6%), 유한양행 836억 원(9.4%), 종근당 786억 원(11.1%), 삼성바이오로직스 769억 원(6.6%), 한미약품 768억 원(12.0%) 순이었다.
연구개발 투자액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LG화학(28.7%)이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으며, SK바이오사이언스가 24.1%(543억 원, 외부지원 296억 원), 일동제약이 19%(611억 원)로 2, 3위에 자리했다.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1.7%의 광동제약으로 상반기 매출은 6741억 원이었지만 연구개발 투자는 64억 원에 그쳤다.
작년 상반기에 비해 연구개발 투자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작년 434억 원에서 올해 769억 원으로 77%나 증가했다. 이어 SK바이오사이언스 63%, 제일약품 40%, GC녹십자 32%, 일동제약 26%, 동국제약 24% 순이었다.
이처럼 늘어난 R&D 비용은 신약개발을 위한 물질탐색 및 기초연구, 임상시험 등에 투자돼 글로벌 경쟁력의 발판이 되고 있다. 실제 셀트리온과 한미약품, 유한양행, GC녹십자 등 R&D 투자금액이 많은 기업들은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서 신약 품목허가 절차를 밟고 있거나 신약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은 연매출 20% 내외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항체의약품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올해 4월 바이오시밀러와 개량신약 등을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자회사 편입을 완료한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신약개발 대열에 합류했다. 국내 최초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과를 낸 SK바이오사이언스는 다국가 임상으로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신규사업이나 기술이전, 신약개발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R&D비용 증가는 필수다. 해외 성과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라며 “다만 연구개발비의 효율적 사용과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 위해 전문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반기 호실적 달성과 다수 품목의 순조로운 임상시험 진행 등으로 주요 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는 하반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R&D투자 관련 외부 환경도 긍정적이다. 정부가 7월 발표한 5000억 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펀드’와 관련해 9월 중 운용사 선정 후 본격 투자가 연내에 이뤄질 전망이다. 또한 정부는 유효물질 발굴과 임상2상 단계의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해 2030년까지 총 2조2000억 원의 연구개발 집중 지원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특히 삼성과 LG, SK 등 기존 제약바이오 기업을 보유한 대기업들의 투자 확대가 진행 중이고, 롯데, GS, CJ, OCI 등 주요 그룹사들도 대규모 투자를 선언함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R&D 투자 확대가 활발하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공공 부문에서 정부 주도의 제약바이오 메가펀드가 업계로 유입되면 파급효과가 있다. 민간 투자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어 민간 분야 투자금 유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