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방해와 관련한 노사갈등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중앙노동위원회의 전문성 강화와 사법부 판단 변화, 법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다.
우선 중노위와 관련해 박재우 율촌 변호사는 “굉장히 첨예한 법적 주제들이 법원에서보다 먼저 다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중노위 위원들이 노동법률 문제에 관해 충분히 전문성이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조정·중재 과정에서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은 공익위원인데 이들의 전문성에도 문제가 있고, 고용노동부 관료 자체도 노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많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노위의 조정 과정에서 파업을 통해서 노동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하향평준화 되기도 하고, 약자인 노동자 편에서 역할을 해야되는데 사용자 측의 의견이 다수 반영된다"고도 했다.
김남석 변호사도 “위원 중 기본적인 법리를 잘 모르는 분들도 많다. 들어와서 호통치다가 가는 경우나 결론을 이미 다 내려놓고 형식적으로 임하시는 분도 많다”며 “위원들의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이 정당한 파업권을 확보하려면 중노위 쟁의조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조정절차를 통해 노사가 중노위의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조정이 성립하지만, 한쪽이라도 거부해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노조는 쟁의행위에 들어갈 수 있다. 반면, 그간 중노위 쟁의조정 절차가 형식화한 측면이 많다.
김 변호사는 “중노위 조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노조가 이미 쟁의행위를 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조정이 형식적인 절차가 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중노위 측도 ‘우리가 열심히 조정해봐야 경영자가 알아서 하겠지’하고, 노조도 ‘쟁의행위 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형식적으로 하면 되지’라고 임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중노위의 짧은 심리 기간도 문제로 지적됐다. 중노위 조정 기간은 일반사업의 경우 조정신청일부터 10일, 공익사업은 15일이고, 노사 합의로 10일(공익사업 15일)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일반사업은 최대 20일 이내에 합의를 끌어내야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중노위 중재에 회부되면 법적구속력이 있어 15일간 쟁의행위를 할 수 없는데, 중노위는 통상 이 기간 내에 결정을 내리게 된다. 김 변호사는 “시간 자체가 사건을 검토하기에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파업에 대한 사법부 판단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김 변호사는 "사법부의 노동조합 관련 판단은 상당히 경직돼 있다"며 "정치·사법·시민사회가 다 같이 모여 대화하는 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업 등 노동자의 행동을 형사 처벌 대상으로만 보니 노사관계가 더 악화된다"며 "사회 전체적으로 노사문제를 소송으로만 해결하려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에 계류된 '노란봉투법' 통과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들을 상대로 회사가 손배소 제기와 가압류 집행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다. 2014년 쌍용차 파업 참여 노동자들이 47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시민단체들이 노란봉투에 성금을 담아 보냈던 것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19,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한 차례 법안 심사를 했을 뿐 제대로 된 논의로 이어지지 못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파업을 봉쇄하기 위한 기업의 손배소를 금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노란봉투법의 제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대통령에게 법률안 거부권이 있어서 법이 제정되더라도 현 정부에서 거부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