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공기업 부채가 지난해 기준 400조 원을 넘어섰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주요 공기업의 부채 규모와 부채비율이 악화한 영향이다. 공기업의 성과 악화는 공공기관 전체의 재무성과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유사시 정부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재무건전성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1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중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공기업 부채는 전년 대비 35조9000억 원 증가한 434조1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공기업 부채는 2017년 364조4000억 원, 2018년 371조5000억 원, 2019년 388조5000억 원, 2020년 398조2000억 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부채 잔액 및 2020년 대비 부채 증가 규모가 가장 큰 기관은 한전으로, 지난해 부채가 145조80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2020년 대비 13조3000억 원 증가한 수치다. LH의 부채도 지난해 138조9000억 원이며, 전년 대비 부채증가액은 9조1000억 원에 달했다. 한전과 LH의 부채를 합하면 284조7000억 원으로, 전체 공기업 부채 규모의 65.6%를 차지한다.
2017~2021년의 공기업 부채비율과 공공기관 전체 부채비율을 비교해보면, 공공기관 전체 부채비율은 2019년 157.6%에서 2020년 151.9%, 2021년 151.0%로 감소추세를 보였다. 반면, 공기업의 부채비율은 2019~2020년 180%대를 유지한 후 2021년 194.0%로 상승했다. 지난해 기준 공기업 부채비율이 공공기관 전체 부채비율보다 43.0%포인트(P) 높았던 것이다. 전체 공공기관 중에서 공기업의 부채가 유독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예정처는 "2019~2020년 공기업은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 및 인프라 투자로 인한 자금 유출을 위해 사채 발행 및 차입을 통해 신규 부채를 크게 증가시켜 부채비율이 악화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공기업 중 전년 대비 부채비율이 크게 증가한 기관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전, 인천국제공항공사로, 전년 대비 각각 39.5%P, 35.8%P, 21.9%P씩 증가했다. 24개 공기업 중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는 기관은 한국가스공사(378.9%), 한전(223.2%), 코레일(287.3%), 한국지역난방공사(257.5%), LH(221.3%) 등 5개 기관이었다.
공기업은 정부로부터의 직간접 지원보다는 자체적인 수입 및 차입금을 통해 대부분의 수입을 얻고 있으며, 이에 따른 재무성과가 정부배당에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타 기관보다 부채 규모나 손익의 금액이 크기 때문에 공기업의 성과 악화나 개선이 공공기관 전체 재무성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예정처는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을 관리하는 것이 공공기관 전반적인 재무성과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공기업 부채는 유사시 정부가 책임질 수밖에 없어 사실상 정부 부채와 다를 바가 없지만, 관리와 통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난해 '공기업 부채와 공사채 문제의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공기업은 정부의 암묵적 지급보증에 힘입어 자체 상환능력과 상관없이 항상 국채 수준의 낮은 금리로 부채를 일으킬 수 있다"며 "이 경우, 공기업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애써 노력하지 않고, 정부는 때때로 무리한 정책사업을 공기업에 떠넘기는 '이중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이번주 공공기관 경영평가 개편 방향을 공개할 예정이다. 다음달 구체적인 경영평가 지표 변경 내용을 발표하기에 앞서 경영평가 개편의 취지와 전반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경영평가 배점 기준 가운데 '사회적 가치' 지표의 비중은 낮추고, '재무예산' 지표의 배점을 높일 계획이다. 아울러 빚을 줄이거나 수익을 늘려 재무 상태를 호전시킨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더 주는 방향으로 개편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