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올봄에 120년 만의 폭염으로 농사를 망쳐 밀 수확량이 절반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도 고온과 가뭄이 기승을 부리며 60년 만의 극한 가뭄이라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강수량이 평년의 15%에 지나지 않아 강의 바닥이 드러났다. 작년에는 천년 만의 대홍수를 겪은 유럽이 1년 만에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사막에 홍수가 나는 천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사건이 일어났다.
모두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이상이다. 사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최근에는 빈번히 백 년 만의, 천 년 만의 기후 이상이 언급되고 있다. 지구가 더워지는 것은 단순히 기온이 조금 오르는 것이 아니고 기상이 요동치는 거라는 것을 체감하게 하고 있다. 기후가 심술을 부리는 것이라고 가볍게 표현하기에는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가 너무 크다. 기후재난의 시대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로 인해 최악의 경우 30년 후에 전 세계에서 1억40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7억9000만 명이 식량난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수치가 너무 커서 다가오지 않을 수 있지만, 이번 홍수로 우리나라에서 십여 명이 사망하고 수백 세대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을 보면 앞으로의 기후재난이 얼마나 심각할 수 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기후변화는 지구 온난화 때문이고, 이는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탄소) 때문이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로 줄여야 하는 이유이다. 에너지를 덜 써서 좀 춥고 덥게 사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정도가 아니라 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높은 비용의 고통과 도전이 요구되고 있다. 결국 미국도 이러한 도전의 대열에 다시 복귀했다. “지구 온난화는 사기”라는 트럼프 정부는 2020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 협약인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는 퇴행을 보였으나, 바이든 정부에서 다음 해 다시 가입하고,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켰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이 법은 사실 기후변화 등에 910조 원을 투입한다는 에너지 전환법이다. 최저법인세 도입(법인세 증세), 부자증세, 의료비 지출 제한 등을 통해 10년간 약 7400억 달러(910조 원)의 재정을 확보하여 청정 에너지 투자 및 헬스케어 재원을 조달(4400억 달러)하고 3000억 달러의 재정적자 축소로 물가억제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우리나라 1년 예상인 480조 원에 해당하는 3750억 달러를 투입하도록 했다. 친환경 에너지 발전에 600억 달러 세액 공제, 풍력 및 태양광에 300억 달러 지원,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4000~7500달러의 세액 공제를 주고,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10년간 세액 공제를 해주고, 청정에너지 제조 기업에도 900억 달러 세액 공제를 해주는 조항이 포함됐다.
탄소제로와 에너지 전환의 핵심은 디지털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전기차와 태양광 발전을 비롯하여 저에너지 제품의 저에너지 생산 등은 모두 디지털 기술을 필요로 한다. 디지털 기술은 생산성을 높이고, 맞춤형 적량 생산으로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나아가 디지털 기술은 순환경제를 가능하게 해준다. 디지털 데이터 수집 및 처리로 최적화된 순환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 자원의 투입, 가공, 유통, 소비, 폐기 전 과정을 기록하여 3R(감소, 재사용, 재활용)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와 같은 디지털 기술은 자원과 에너지의 소비 과정을 투명하게 해준다. 투명하게 되면 효율화가 가능하고, 또한 사회적 감시가 가능하게 되어 기회주의적인 행태가 사라지게 된다. 기후를 생각하는 착한 소비, 착한 기업이 존경받게 된다. 기후변화 시대의 해법은 디지털 전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