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대 집중호우로 반지하 주택 거주민이 익사하자 서울시가 ‘반지하 퇴출’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하지만, 반지하 퇴출은 당장 반지하에 거주 중인 시민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0일 '반지하 거주 가구를 위한 안전대책'을 내놨다. 주요 내용으로는, 반지하의 '주거 목적의 용도'는 전면 불허하고, 기존 반지하는 최장 20년 이내 없애도록 '반지하 주택 일몰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거주 중인 세입자가 나간 뒤에는 더는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비주거용 용도 전환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리모델링 시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등 정책 지원도 시행된다.
이런 정책을 내놓자 시민단체와 관련 연구기관은 기존 거주민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전날 ‘반지하 대체할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 없는 서울시 대책 공허하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서울시 반지하 퇴출 정책에 앞서 최저주거기준 변경과 공공임대주택 지원 등 기존 정책 보완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서울시가 앞으로 반지하 주택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현재 반지하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의 대체 주택 공급과 주거비 보조 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서울시 대책은 공허한 외침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반지하 주택 신축 허가 문제도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한국은 지하 주택을 최저주거기준 미달이라고 정하지 않는 데 정부는 언제까지 후진국형 최저기준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반지하 가구는 최저주거기준 미달로 지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주거 대책이 제대로 나올 수 없음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미 반지하에 거주하는 사람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없이 정비사업을 통한 환경 개선 대책은 세입자 내몰림을 초래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주거 문제를 연구하는 한국주거연구소 연구원은 “당장 반지하 퇴출 정책을 시행하는 것보다 기존 주거 취약계층 주거 상향 지원 사업 등을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 먼저”라며 “새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기초 지자체와 정부가 협의해 기존 지원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시행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0년부터 재해 우려가 큰 반지하 가구를 주거 상향 지원 사업 대상에 포함했다. 해당 사업은 심사를 거쳐 공공임대주택 이주와 보증금, 이사비 등 주거 환경을 개선해주는 사업이다. 다만, 지난해 서울에서 주거 상향 사업으로 공공임대주택에 들어온 반지하 가구는 247가구 규모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