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으로부터 벌써 며칠째 계속 걸려오고 있는 전화다. 동일한 내용의 전화를 하루에 4~5통 받는다. 나도 그녀를 모르고 그녀도 나를 모른다. 그녀는 아주 오래전에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며 전화번호를 기억해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어눌한 말투, 반복되는 이야기 등으로 짐작하건대 지적장애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나를 당황스럽고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그녀가 도움을 요청해온 내용이다. 여자친구도 아니고 남자친구라니?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은데 어디를 가야 남자친구를 만날 수 있냐고 묻는 그녀, 너무 깜찍한(?) 요청이다. 내 능력으로는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지만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또 전화가 온다. 하루는 직접 만나기를 청해 만났는데, 예상과 달리 50대라 놀랐다. 친구가 필요하다는 그녀의 말은 진심이라는 것을 알기에 안타까움과 슬픔이 밀려왔다. 동시에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제2, 제3의 사람들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녀는 그녀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돌아가며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그중에는 짜증을 내며 화를 낸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바쁘니까 전화하지 말라고 회유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녀는 또 누구든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으면 상대방의 사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했을 것이다. 어제도 그랬듯이 오늘도 그녀는 여전히 외롭고 심심하다. 내일도 모레도 이어질 그녀의 일상이다. 1년 365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기에 가족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또한 가족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이다. 장애인, 특히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들은 돌봄에 온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이 겪어야 하는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심리적으로 신체적으로 겪는 스트레스와 마음의 무게가 상상 그 이상이다 보니 장애 자녀와 함께 세상을 등지는 불행한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성인 발달장애의 경우에는 사회적 지원도 미비하다. 갈 곳도 없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도 없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가정과 사회가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나 지원 등 돌봄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그 어디에도 그들의 감정이나 생각을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도 감정이 있고 그들 나름의 생각이 있다. 생애주기에 따라 그들의 눈높이에 맞춘 그들을 위한 공간과 24시간 돌봄 및 지원 체계가 아쉽다. 김현주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