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보다 가격 더 떨어진 곳도
"매수 실종…당분간 더 내릴 것"
세종 아파트값 내림세가 심상찮다. 세종은 2020년 소위 ‘천도론’이 제기되자 외지인 투자가 수요 등이 늘면서 아파트값이 급상승했던 지역이다. 그러나 최근 아파트값이 2년 전 가격 수준으로 회귀하는 단지들이 나오고 있다.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세종 도담동 ‘도램 15단지 힐스테이트’ 전용 84㎡형은 이달 6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 해당 평형은 6월 7억3000만 원에 거래된 바 있다. 두 달 새 8000만 원 하락한 가격에 팔린 셈이다. 신고가로 거래됐던 지난해 1월 9억5000만 원과 비교하면 3억 원 떨어졌다. 이 평형 매매가가 6억 원대로 진입한 건 2020년 6월 이후 26개월 만에 처음이다.
아파트값이 2년 전보다 더 하락한 단지들도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정동 ‘가온 12단지 더하이스트’ 전용 56㎡형은 지난달 5억 원에 거래됐다. 이 평형은 2년 전인 2020년 7월 5억6500만 원에 거래됐다. 2년 전보다 6500만 원 하락한 것이다.
나성동 ‘새뜸 10단지 더샵 힐스테이트’ 전용 59㎡형은 지난달 5억9600만 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 해당 평형이 2년 전 6억50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5400만 원 떨어졌다. 현재 해당 평형 최저 호가(집주인이 매도할 때 부르는 가격)는 5억7000만 원까지 내렸다.
나성동 A공인 관계자는 “최근에는 한 달에 한 건 거래하기도 힘들 정도로 매수세가 끊긴 상황”이라며 “지난해보다 수천만 원 낮은 호가에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세종 아파트값은 지난해 7월 19일 이후 54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올해 세종 아파트값 누적 하락률은 지난해 대비 5.23%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기준 7억2727만 원이었던 세종 평균 아파트값은 올해 6월 기준 6억6315만 원으로 내려앉았다.
세종 아파트값 내림세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 금융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여전히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어서다. 정부는 6월 2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세종을 여전히 청약 경쟁률이 높다는 이유로 투기과열지구로 남겨뒀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가계대출 및 1순위 청약 조건도 강화돼 매수심리가 줄어든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세종은 지역적 특성상 인근 도시인 대전이나 청주 등 주변 지역 시장 분위기와 함께 맞물리는데 현재 이곳들 역시 관망세로 가격이 조정 중”이라며 “규제지역 해제와 같은 조치가 있기 전까지는 당분간 가격이 계속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