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미용품과 주방용품 등 생활용품 물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가 계속돼 식료품과 외식비 등 생활물가가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가정용품 및 가사서비스 물가지수는 107.30으로 1년 전보다 5.1% 상승했다. 이 중 주방용품 및 가정용품 물가지수는 112.48로 13.1% 뛰어올랐고, 일상 생활용품 및 가사 서비스 지수(113.79)도 9.7% 올랐다.
품목별로 보면, 이미용품 가격의 상승 폭이 컸다. 올해 초부터 생활용품 기업들이 원자잿값 상승과 인건비, 물류비 등 비용 증가를 이유로 샴푸, 바디워시 등의 제품 가격을 인상한 영향이다. 바디워시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7.1% 상승했고, 비누 가격은 1년 전보다 25.7% 올랐다. 이외에도 모발 염색약(19.0%), 기능성 화장품(14.4%), 치약(13.3%), 샴푸(9.4%) 등의 가격이 상승했다.
펄프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화장지, 생리대 등 생필품의 가격도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미국 남부산혼합활엽수펄프 가격은 톤당 101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화장지 가격은 1년 전보다 8.6% 올랐고, 생리대와 종이 기저귀 가격도 각각 6.3%, 3.5% 상승했다. 펄프를 원료로 하는 키친타월 가격도 6.7% 올랐다.
용기, 조리기기 등 주방용품의 가격도 많이 올랐다.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과 유가 상승 등의 여파로 주방·생활용품 기업에서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밀폐용기 가격이 1년 전보다 29.6% 급등한 가운데, 알루미늄이 주요 원료로 쓰이는 프라이팬과 냄비 가격은 1년 전보다 각각 16.4%, 14.0% 올랐다. 가정용 비닐용품(7.9%), 컵 등 식기(7.2%) 등의 가격 상승세도 가팔랐다. 이외에도 세탁세제(20.1%), 부엌용 세제(12.2%), 청소용 세제(9.6%) 등 세제류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생활용품 물가의 상승은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특히, 생활과 밀접한 생필품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의 물가 체감도가 클 수밖에 없다. 생활용품과 식료품 등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 물가에 더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7.9% 올라 1998년 11월(10.8%) 이후로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9~10월에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6.3% 상승했는데, 9~10월쯤엔 정점을 형성하고 서서히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로 물가 기여도가 높은 원유 등 원자재와 곡물 가격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불안 요인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