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코스피 상승을 전망하는 외국인과 주식을 내다 파는 개인 사이에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외국인들의 매매 행태는 전통적인 경제상식을 뿌리째 흔든다. 이달 한·미 기준 금리가 역전된 이후에도 시장에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3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한·미 금리 역전이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 관점에서 금리가 더 낮은 한국에서 돈을 굴릴 유인이 사라지는 게 일반적이다. 달러 가치가 초강세를 보이는 ‘슈퍼 달러’ 현상에도 외국인은 산다.
거품의 끝은 예측의 영역이 아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이례적인 ‘바이 코리아’가 한국 금융시장을 흔드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324억 원 등 유가증권시장에서 9거래일 연속 2조4000억 원대 주식을 사들였다. 코스피는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503.46에 올라섰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3일부터 7일까지 5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넘어서 올 들어 최장 기간 순매수다. 한동안 매도 우위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흐름이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은 이달 들어 1조3078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 순매수세가 이어지는 배경은 뭘까. 미국의 물가 정점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데다, 경기 침체 우려가 다소 완화하면서 글로벌 투자심리가 일부 풀렸기 때문이라는 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반면 미국발 금리 인상과 세계 경제 침체 우려로 올해에만 코스피가 16% 넘게 급락하자 ‘동학개미(국내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가 시장을 떠나고 있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올해 들어 12조 원이 줄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이례적인 ‘사자’에 경계의 시선을 보낸다.
미국의 추가 자이언트 스텝은 ‘한미 금리 역전 → 원화가격 하락 → 자본 유출’이라는 악순환을 재촉할 수 있다. 파생되는 달러 강세는 각국의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더욱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신흥국들의 자본 유출을 일으킬 여지가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술 업종 위주의 한국과 대만 주식 시장은 글로벌 국채 금리가 높아지고 경기침체 역풍 기미가 보이면 특히 취약성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남종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중앙은행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코로나19 기간 중 늘어난 재정지출과 그로 인한 취약성 심화 등은 2008년 신흥국 대규모 자본유출과 유사한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