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역전, 점증하는 크레딧 리스크]②빚더미 앉은 기업, 한국경제 흔드는 ‘뇌관’ 되나

입력 2022-07-28 06:58 수정 2022-07-2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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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고금리 환경 속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가운데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은 직격탄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부실기업 문제가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부채를 늘려왔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채권 발행, 대출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올해 들어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코로나19 봉쇄 등으로 공급망 차질이 이어지면서 기업 대출이 크게 늘었다.

국제금융협회(IIF)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세계 36개국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 비금융기업의 부채 비율은 115.0%로 집계됐다. 기업 부채는 1년 사이 7.1%포인트나 늘어나면서 싱가포르(7.6%포인트), 사우디아라비아(7.4%포인트)에 이어 세 번째로 증가 속도가 빨랐다.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지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내야 할 이자 비용도 늘어나고 있어서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지난 11일 낸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릴 경우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3조9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대기업보다 중소기업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좀비기업)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은 18.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좀비로 전락하면 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번질 공산이 크다. 한계기업은 기업 전체의 고용과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기업활동이 위축되면 그 충격은 가계로 전이된다. 또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돈을 빌려준 은행도 어려움에 빠트릴 수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 조치 차원에서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종료 시기를 내년 3월 말까지 연장하고, 매입 한도도 늘리기로 결정했다. 또 80조 원 규모의 자영업자·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국내외 금리 인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 둔화 우려까지 덮친 상황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코로나19 위기로 한계기업으로 내몰린 기업들이 많았는데, 저금리 정책이 한계기업을 연명시켰다”며 “금리 인상으로 한계기업 비율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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