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가 선택한 작품,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인도의 빈민가를 배경으로 한다. 영국 감독의 눈으로 본 인도 토종의 황톳빛은 가난해서 더 이국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영화 속 이국색은 인도 고유의 색채가 자아낸 에스닉이다. 빈민가를 무대로, 가난이 만들어낸 폭력성이 인도를 인도이게 한다. ‘인도는 못사는 나라’라는 서구인 인식의 반영일 수 있다. 인도의 가난은 한국인들을 포함한 이방인에게는 이국적인 풍경이다.
로버트 J 플래허티 감독의 다큐멘터리 ‘북극의 나누크’가 그랬다. 이글루 속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생활양식은 이색, 이국적인 재미를 가져다줬다. 그러나 실제처럼 그린 이누이트들의 생활 대부분이 설정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큐멘터리로 봐야 하는가, 논란으로 이어졌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성공도 인도 내에서 시비를 불러왔다. 인도의 자부심, 자랑이라며 기뻐하는 동시에 인도를 가난하고 못사는 나라로만 그렸다는 불만이 일었다. 주인공은 모두 인도인들이지만, 그들을 그리고 있는 주체는 서양인이란 점이 북극의 나누크가 발현한 이국색과 연관된다.
영화는 인도 뭄바이의 청년 ‘자말’이 거액이 걸린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해 큰 부를 얻는다는 줄거리다. 콜센터 직원들의 차 심부름이나 하던 자말이 아무도 오르지 못한 퀴즈왕에 등극한다는 드라마틱함을 담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게 단면적이지 않다.
인생역전보다는 파란만장을 중시하고 있다. 가난한 청년이 우연히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해 졸부가 된다는 결과에 주목하지 않는다. 소년 자말이 청년으로 자라기까지의 과정을 액자 형식으로 보여주면서 삶의 단편들을 퍼즐 맞추듯 제시한다. 정식 교육을 받지도 못한 빈민가 출신 자말이 퀴즈를 맞힐 수 있었던 데에는 슬프고 애달픈 인생사가 입체적으로 녹아있다.
자말의 부정행위를 의심한 경찰관이 자백을 얻어내려고 고문하는 과정에서 그의 어린 시절이 액자처럼 등장한다. 자말이 살아온 모든 순간이 정답을 맞히는 열쇠가 됐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 과정에서 자말은 엄마를 잃었고, 친구의 아픔을 목격했으며, 사랑하는 소녀와 이별했다.
종교 갈등으로 습격을 받으면서 자말은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형 ‘살림’과 함께 구걸, 약탈 등이 난무하는 혼란스런 세상으로 버려진다. 돈만 밝히는 형 살림, 순수한 매력을 지닌 자말 캐릭터는 대조를 이루면서도 형제애로 엮인다.
여기에 멜로 구조가 결합된다. 첫사랑 ‘라티카’를 향한 영원불멸일 듯한 자말의 사랑이 영화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 자말이 인도 전국에 방송되는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유 역시 첫사랑 라티카를 찾기 위해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