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긴축 기조로 돈줄이 마르면서 해외 부동산 시장의 부실 우려가 커지자 국내 투자자들의 발빼기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이언트스텝’ 단행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지난해 호황기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던 금융기관들에서 원금손실 사례가 나오는 등 부실 경보가 울리면서다. 업계에선 갈수록 오르는 금융비용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자재 비용 상승 등의 여파로 올해 하반기 해외 부동산 자산의 잠재적 부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해외 부동산펀드의 설정액은 3조2513억 원으로 최근 1개월 새 1622억 원 감소했다.
최근 3개월 동안 1740억 원이 줄었던 것을 감안하면 근 한달 새 자금 유출 규모가 컸다. 올해초(3조5400억 원) 대비해서는 8.15%(2887억 원) 줄었다.
최근 해외부동산의 부실 우려가 조금씩 커지면서 지난해 호황이었던 해외 부동산에 간접투자한 국내 투자자들도 발을 빼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올해 하반기 해외 부동산 자산의 부실 가능성에 대해 근심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투자한 물건들이 최근 자산 가치가 떨어지면서 부실로 인한 원금 손실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이화자산운용이 국내 대형 증권사를 지분 투자자로 설정한 ‘이화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30호’는 만기를 연장하지 못하면서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지스자산운용이 국내 차관단을 구성, 후순위 대출에 나선 ‘이지스글로벌사모부동산투자신탁141호’는 자산가치 하락으로 수백억대 손실이 누적될 우려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에서 시장이 좋을때 무리해서 들어간 곳들이 많다 보니 에쿼티 계약한 곳들이 많이 터지는 등 전반적으로 (부실) 경보가 울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을 봐선 아직 시작도 안한 상태”라고 전했다.
부동산 개발 시장은 지난해만 해도 호황이었으나 최근 사업 수지에서 비용이 제일 큰 토지비, 공사비, 금융비가 일제히 오르면서 신규 투자 환경도 악화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연준이 금리를 계속 올리면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로 건들을 부실자산으로 은행이 떠안게 된다”며 “공매로 매물이 쏟아지면 전반적인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금융기관도 쉽사리 투자하기는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시장의 경우 국내 투자자들의 비중이 많은 만큼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리서치 회사RCA(Real Capital Analytics)와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해외 투자자 중 한국 투자자의 투자규모는 1조1515억 원으로, 캐나다 (4조6000억 원)와 독일 (2조 원)에 이어 세 번째로 컸다.
최근 미국의 주택 거래 규모는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에 따르면 주택구매력지수는 지난 5월 102.5로 금융위기 이전인 2006년 7월 (100.5) 이후로 최저치를 나타냈다. 5월 기존 주택 매매 (541만 건) 역시 전월대비 3.4% 줄어 4개월 연속 감소세다.
미국의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6월에 거래가 취소된 주택은 전체 거래규모의 14.9%(6만 채)로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김미숙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택 매수자들이 모기지 금리 상승과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부담을 느끼면서 주택거래를 취소하거나 대출 승인이 거절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상업용 부동산 섹터에서도 채무불이행 사례가 생기고 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코어 (Core) 자산의 투자에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