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식량위기 고조시키는 러시아…곡물수출 합의 몇 시간 만에 우크라 항구 공격

입력 2022-07-2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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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정에 서명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공격
우크라 곡물 수출 핵심 항구 오데사에 미사일 발사
철도 차량 하역장·곡물 창고 등 파괴
국제사회, 일제히 러 규탄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2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하자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데사/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2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하자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데사/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곡물과 기타 식량 수출을 위해 흑해 연안 봉쇄를 완화하기로 한 국제 협정에 서명한 지 몇 시간 만에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 수출 항구인 오데사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 위기로 중동과 아프리카 주민이 기아에 빠질 위험에 놓였는데 러시아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군의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최소 2발이 오데사를 강타해 해당 지역의 주요 인프라가 파괴됐다. 다른 2발은 방공망에 격추됐다. 사상자나 구체적 피해 상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국제 곡물 트레이더들은 이번 공격으로 철도 차량 하역장과 곡물 적재 창고가 파괴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단은 전날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서 유엔과 튀르키예 중재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협상안에 서명했다. 협상에 따라 곡물을 실은 선박은 흑해에 마련하는 안전 항로를 통과해 튀르키예 북서부 보스포러스 해협을 거치게 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22일(현지시간)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위한 협정 서명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스탄불/AP뉴시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22일(현지시간)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위한 협정 서명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스탄불/AP뉴시스
국제사회는 일제히 러시아의 오데사 항구 공격을 규탄하고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모든 관련자가 우크라이나 곡물의 안전한 수송을 보장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러시아 공격을 규탄했다.

유럽연합(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도 트위터에 “EU는 러시아 공격을 규탄하다”며 “합의가 이뤄진 지 하루 뒤에 수출에 중요한 지역을 공격한 것은 국제적 법과 약속에 대한 러시아의 완전한 무시”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격은 협정 위반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이스탄불 협정에서 곡물 수송에 사용되는 항만 시설이나 항구에서 흑해로 항해하는 어떤 선박도 공격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올렉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침을 뱉었다”고 비난했다.

협정 서명 후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때 이뤄진 러시아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에 대한 실무 작업뿐만 아니라 합의 자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협정에 따르면 양국은 당장 이날 4자간 공동 조정센터 설립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튀르키예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상황 수습에 나섰다. 훌루시 아카르 튀르키예 국방부 장관은 “이번 사건이 우리를 걱정하게 만든다”면서도 “항구 공습과 곡물수출 합의 사이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는 이번 공격이 관련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말해왔다”며 “부두 적재 능력에 문제가 없고 항구 역할 계속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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