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 이하 청년층의 2금융권 가계대출이 크게 늘자 정부가 이들의 빚 상환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자를 꼬박꼬박 낸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개인 재산 증식을 목적으로 낸 채무를 탕감해 주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제2차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를 열고 금융취약층의 부채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125조 원+α’ 규모의 채무부담 경감 프로그램을 내놨다. 빚내서 주식이나 암호화폐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청년층의 재기를 돕는 방안도 담겼다.
우선 9월 하순까지 신용회복위원회에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신속채무조정 특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기존 제도에서는 신청 자격이 없는 연체 전 단계라도 이자 감면과 상환 유예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대상에 선정되면 이자를 최대 30~50% 감면해준다. 예컨대 연 10%의 이자를 내야 하는데, 채무가 많다면 이자를 연 5%만 받는 식이다. 금융위는 최대 4만8000명이 1인당 연간 141만~263만 원의 이자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정부 지원의 수혜가 ‘개인의 자산 증식을 위해 무리하게 빚을 낸 청년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빚투한 청년들의 빚을 탕감해주는 게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성실하게 이자를 낸 청년들은 상대적 박탈감도 느낄 수 있다. 특히 서울 회생법원은 7월부터 “암호화폐나 주식투자로 발생한 손실금을 청산가치에 반영하지 않는다”라는 실무준칙 내놨다. 빚 탕감의 불공평과 논란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논란이 일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신속 채무조정 제도는 카드발급, 신규대출 등 금융거래에 상당한 제약이 있는 신용점수 하위 20% 차주가 지원 대상”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업권별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29세 이하 청년층의 2금융권 가계대출 총액은 26조5587억 원으로 전년 말(22조6074억 원) 대비 17.5%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액은 11.2%(61조7178억 원→68조 6541억 원) 늘었던 것과 비교해 대출 증가세가 가팔랐다. 청년층의 2금융권 대출 증가세는 올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청년층의 은행권 대출 총액은 3월 말 기준으로 작년 말 대비 0.6% 감소(68조6541억 원→68조2349억 원)한 반면 2금융권 대출 총액은 1.0% 증가(26조5587억 원→26조8316억 원)했다.
같은 기간 3개 이상 기관(대부업 포함)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도 20대는 같은 기간 36만9000명에서 37만4000명으로 5000명 늘었다. 20대 다중채무자 대출금액은 3월 말 기준 23조2814억 원으로, 3개월 새 2289억 원(1.0%)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성실 채무 상환자들의 박탈감을 야기하는 채무 탕감은 지양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범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