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감세'다. 세제 개편으로 인해 2026년까지 소득세, 법인세 등 13조 원이 넘는 세수가 줄어든다. 감세 정책이 기업의 투자 확대와 경제 성장, 그리고 세수 확충의 선순환을 일으키는 소위 '낙수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다만 구체적인 기대 효과는 제시되지 않았고, 정부가 강조해왔던 재정건전성과도 상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이번 세제개편에 따라 세수는 2026년까지 총 13조1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이 소득세와 법인세의 감소분이다. 소득세는 과세표준 구간 조정 등으로 인해 2조5000억 원 줄어들고, 법인세는 최고세율 인하 등에 따라 6조8000억 원 감소한다. 소득세와 법인세가 전체 세수효과의 71%를 차지하는 셈이다. 연도별로 보면 내년에는 6조4000억 원의 세수가 감소하고 2024년에는 7조3000억 원의 세수가 줄어든다.
정부는 세수 감소가 투자 확대와 경제 성장으로 이어져 다시 세수가 확보되는 낙수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세제를 개편하면 기업의 경쟁력이 올라가 성장 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고, 일부 세수 감소가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성장과 세수의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사전 브리핑에서 "기업과 중산·서민층의 세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일정 부분 세수 감소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우리의 투자 확대와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면서 우리의 세수 확대로 나타날 것이고, 재정건전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기대하는 낙수효과의 중심에는 법인세 인하가 있다. 기재부는 2008년 조세재정연구원에서 발간된 '법인세 인하의 귀착 효과' 자료를 제시하고,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제품·서비스 가격 인하를 통해 소비자에게. 고용과 임금 증가 등을 통해 근로자에게, 그리고 투자 확대 등을 통해 협력 업체에 혜택이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재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복합 경제 위기에 직면해있다는 점이다. 물가를 안정시키면서도 경기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선 정부 재정의 역할이 불가피한데, 세수만 감소하고 경기 부양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기재부도 지난 2019년 설명자료를 통해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감세 조치는 소비·투자 등 지출증가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율 인하 효과는 보통 중장기적으로 나타나고 환경의 변화가 크지 않았을 때 나타날 수 있는데, 지금은 인플레이션 국면이고 금리도 많이 올라가고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있는 상황에서는 어떤 기업도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투자와 고용이 늘고, 과세 기반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너무 동떨어진 얘기"라고 비판했다.
13조 원의 세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세운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를 건전재정으로 전면 전환하겠다는 재정운용 기조를 발표했다. 코로나19 위기 등으로 인해 급속도로 늘어난 나랏빚 관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다만 감세로 인해 세수가 줄어들게 되면,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늘어나고 있는 복지 수요와 '3고' 위기에 대응할 재정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감세로 인해 나라의 곳간이 줄어드는 상태에서 재정준칙 등을 통해 지출의 규모를 묶어둘 경우, 자칫 유연한 경기 대응이 어려울 수도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해야 할 텐데 반발을 일으킬 것이고, '감세'와 '재정건전성'이라는 양립 불가능한 것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세수결손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재정적자가 발생하거나 복지 축소로 인해 양극화가 심화하는 등 시스템 어딘가에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