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사용량, 시장점유율 급락…韓 배터리 업체 위기
가격 경쟁력에 기술력까지 갖춘 中…주도권 빼앗길까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K배터리의 성장성을 놓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에너지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76% 성장한 202GWh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것은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 업체의 약진이다. CATL은 올 상반기 69GWh(기가와트시)의 사용량을 차지하며 독보적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11% 성장한 기록이다.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BYD는 1분기 24GWh를 기록하며 지난해 1분기 기록한 8GWh 대비 206% 증가했다.
중국 배터리 업체가 파죽지세로 성장한 반면 한국 배터리 업체는 실적이 주춤했다. CATL에 이어 사용량 2위를 차지한 LG에너지솔루션은 상반기 28GWh를 판매하며 지난해 상반기(27GWh)보다 4% 성장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LG에너지솔루션이 CATL에 단 6GWh 뒤졌던 사용량 격차는 올 상반기 41GWh로 급증했다. 도리어 열세로 취급받던 BYD와의 사용량 격차는 크게 줄었다. BYD는 지난해 상반기 LG에너지솔루션과 19GWh가량 차이가 났지만 올 상반기에는 단 4GWh로 좁혀졌다.
시장점유율 역시 중국 배터리 업체가 선전했다. CATL은 상반기 34%의 점유율을 가져가며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상반기(29%)보다 5%가량 성장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24%였던 점유율이 14%로 크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BYD는 7%에서 12%로 증가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2% 차이로 줄었다.
상황은 국내 다른 배터리 업체도 마찬가지다. SK온은 5%에서 7%로 단 2% 증가에 그쳤으며, 삼성SDI는 6%에서 5%로 도리어 하락했다. 중국 업체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것에 비해 한국 배터리 업체의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증거다.
더 큰 문제는 주로 자국 전기차 시장에서만 경쟁력을 보였던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비(非)중국 시장에서도 선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간 중국 배터리 업체는 자국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추가로 주는 중국 정부의 지원 정책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이 때문에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1위를 차지하고, SK온과 삼성SDI가 모두 탑 5에 안착하는 등 절대적 우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비(非)중국 시장에서 지난해 상반기 사용량이 7.6GWh에 그쳤던 CATL은 올해 1분기 16.2GWh를 판매하며 113% 성장했다. 1위 LG에너지솔루션과는 단 8.4GWh 차이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22.4GWh에서 25.6GWh로 14% 성장에 그쳤다.
한국 배터리만의 절대적 강점이었던 기술력의 격차도 줄고 있다. 그간 중국 배터리 업체는 값싼 중국 내 인건비와 탄탄한 원재료망을 기반으로 한 가격 경쟁력으로만 강점을 보였다. 대신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로 보급형 전기차에 많이 채택됐다.
최근에는 기술력 역시 중국 배터리 업체가 한국 배터리 3사를 무섭게 쫓고 있다. CATL은 지난달 1회 충전 시 1000㎞를 주행할 수 있는 ‘CTP(셀투팩) 3.0′이라는 삼원계 배터리를 공개했다. CATL에 따르면 이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개발 중인 ‘4680(지름 46㎜, 길이 80㎜) 배터리’보다 용량이 13%나 더 많다.
가격 경쟁력에 기술까지 더해지자 테슬라, BMW,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국내 업체까지 중국 배터리를 채택하기 시작했다. 쌍용차에 앞서 최근 기아도 신형 니로 EV에 중국 CATL의 삼원계 배터리를 장착하기로 한 것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 상하이 봉쇄 등 대내외적 요인으로 성장세가 주춤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반기에는 국내 배터리 업체가 상반기보다 좋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까지 기술력 측면에서 한국 배터리 업체가 더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중국이 가진 가격 경쟁력을 압도할만한 차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