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중앙은행, 인플레와의 전쟁에 도미노 금리인상…‘빅스텝’이 뉴노멀

입력 2022-07-1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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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개국 중앙은행 4~6월 최소 50bp 인상 횟수 62차례 달해
2000년대 들어 가장 큰 금리 변동
“25bp보다 50bp가 기본인 시대 돼”
ECB는 신중한 자세 보일 듯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급등하는 인플레이션과 미국 달러화 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잇달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은 물론 인상폭을 확대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조사업체 레피니티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 중앙은행 사이에서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이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달러 대비 자국 통화 환율을 방어하고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한 극약처방이 ‘대세’가 되는 셈이다.

FT 집계에 따르면 세계 주요 55개국 중앙은행이 4~6월 최소 50bp 이상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횟수는 62차례에 달했다. 이달 들어서는 벌써 17차례 50bp 이상의 금리 인상이 이뤄졌다. FT는 최근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은 2000년대 들어 가장 큰 금리 변동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의 통화 긴축 사이클을 능가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국 통화 가치 약세를 유도하는 환율전쟁을 벌였다. 하지만 이제는 자국 통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방어에 나서는 ‘역환율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영국 투자회사 애버딘의 제임시 애시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리 인상이 광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라노뱅크의 환율 전략 부문장인 제인 폴리도 “50bp 인상이 25bp를 대신해 금리 조정의 기본으로 여겨지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캐나다는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100bp 올리는 울트라스텝을 단행했다. 이는 주요 7개국(G7) 중 가장 큰 인상폭이었다. 필리핀도 이튿날인 14일 기준금리를 75bp 인상했다. 특히 외환시장에서 자국 통화 가치 하락 압력을 크게 받는 국가들의 긴축 행보가 두드러졌다. 대표적인 예가 헝가리다. 헝가리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과 두 자릿수에 달하는 자국 통화 가치 하락에 직면하자 단 2개월 사이에 정책금리를 385bp 끌어올렸다.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호주, 노르웨이, 스위스 등도 지난 6월 시장의 예상을 깨고 빅스텝 인상을 단행했다. 특히 스위스 중앙은행은 전통적인 통화 완화 모드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올해 말까지 기다렸다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었는데 전격적으로 빅스텝에 나섰다.

다만 최근의 인상 물결에도 선진국들의 금리 수준은 여전히 역사적인 기준에 비해 크게 낮다고 FT는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초기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사상 최저치로 낮춰놨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주요국이 다음 통화정책 회의에서도 계속해서 금리를 0.5~0.75%포인트씩 인상하며 기준금리를 장기 평균 수준까지 올려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제니퍼 맥퀸 글로벌 경제부문 대표는 “주요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경기 부양적’ 영역에서 끌어내기 위해 신속하게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영란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은 현재까지는 빅스텝 대열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영국은 파운드화 가치 하락 방어를 위해 조만간 빅스텝에 동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CB는 최근 유로화 가치가 20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금리를 25bp 올리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회원국마다 사정이 다른 데다 자칫 큰 폭의 금리 인상이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ECB의 차기 통화정책회의는 21일에 열린다. 연준의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는 27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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