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 KRX은행지수 -17%…인플레+부실대출 우려 확대
미국이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고, 한국은행도 이를 따라 빅스텝을 내디디자, 개미(개인 투자자)들은 금융지주 주식을 담기 시작했다. 금융지주는 은행을 주요 계열사로 두고 있는데, 금리 인상기엔 은행들의 예대마진(대출과 예금금리 차이에 따른 금융기관의 이익) 높아지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금융지주주들은 우리 증시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금리 인상기엔 은행주로 대피하라’는 투자 격언이 들어맞지 않은 것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한국은행이 사상 최초로 빅스텝에 나서자 개미들은 신한지주 120억 원, KB금융 117억 원어치를 매수했다. 이는 이날 개미들이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를 이어 3, 4번째로 많이 매수한 규모다. 또 개미들은 하나금융지주 70억 원, 기업은행 44억 원어치를 담았다. 이날처럼 2개 이상의 금융지주 종목이 순매수 상위 5위 안에 든 적은 이달 들어 처음이다.
개미들이 금융지주를 집중 매수한 이유는 은행의 예대마진을 기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은행들은 기준금리가 오르면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큰 폭으로 올려왔다. 이는 ‘이자 장사’로 돈방석에 앉는다는 따가운 시선도 있었지만 기업의 수익 구조가 탄탄해져 주가 측면에선 도움되는 경영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날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려도 금융지주의 주가 상승으로 직결되지 않았다. KB금융은 종가 기준으로 전날보다 1.74% 하락했으며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각각 2.81%, 1.11% 떨어졌다. 기업은행(-0.87%)과 BNK금융지주(-0.62%)도 약세를 보인 가운데 우리금융지주(0.88%)와 DGB금융지주(1.07%)만 소폭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부터 연속으로 3차례 금리를 높였음에도 이것이 호재로 작용하지 않은 것이다.
최근 한 달 새 주가를 보면 금융지주의 성적표는 더 처참하다. 최근 한달간 코스피지수는 6.84% 떨어졌는데, KRX 은행지수는 17.42% 하락했다. 개별 종목들도 모두 코스피보다 하락 폭이 컸다. 하나금융지주가 22.92%로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주가가 빠졌으며 우리금융지주(-21.25%), KB금융(-17.24%)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는 과거와 다르게 금융지주를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는 유례없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있어서 금리 인상이 금융지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자산 부실화 우려도 제기돼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도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소상공인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를 6개월씩 4차례 연장했다. 코로나19 등으로 자영업자의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해당 조치를 받는 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133조7000억 원이다. 업권별로는 은행이 90조1000억 원으로 가장 많다. 계획대로라면 이 조치는 오는 9월 종료된다. 9월 이후 억눌린 부실이 한번에 터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또 과거처럼 무작정 대출금리를 높일 수 없는 것도 금융지주 주가를 짓누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주요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 은행들의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며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맞춰 금융위는 지난 6일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를 목표로 금리정보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의 주요 골자는 은행별로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는 것으로, 이것이 시행되면 금융소비자는 한눈에 은행별 예대금리를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고객을 뺏기 위한 은행들의 금리 경쟁이 본격화 되면서 예대마진은 과거처럼 크게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