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저신용등급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의 운영을 연장하고, 추가 매입을 확대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빅스텝'을 결정함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자 시장 안정화 조치의 일환이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이 같은 내용의 '회사채·CP시장 안정을 위한 지원방안' 개편안을 밝혔다.
최근 시장금리 추가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회사채·CP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수급에 일부 어려움이 예상됨에 따라 기업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선제적 시장 안정 조치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회사채·CP 프로그램 개편안은 즉시 시행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회사채(일반회사채+금융채) 발행액은 89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2조7000억 원) 대비 줄었다. A등급 이하 비우량물(일반회사채) 규모 또한 올해 3월(1조1000억 원) 이후 지속해서 감소 중이다.
글로벌 긴축과 금리 인상의 여파로 발행금리가 확대되고 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 간의 금리 차)도 확대되고 있다.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됐다는 것은 국고채보다 회사채의 위험성이 높아 투자자들이 선호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는 AA-, BBB- 등급 각각 87.7bp, 673.4bp로 코로나19가 정점이던 2020년 6월(77.7bp, 669.3bp)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 가운데 올해 하반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일반회사채 규모는 15조4000억 원으로 2017년 이래 최대 규모이며, A등급 이하 비우량물 비중이 39.6%(6조1000억 원)에 달한다.
무엇보다 비우량물 차환 규모가 7월(1조8000억 원)과 10월(2조1000억 원)에 집중돼, 지속적인 금리 상승 시 차환발행 어려움이 상당할 것으로 금융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CP 발행 역시 만기가 점차 단기화되고 있으며, 우량물 중심의 발행이 확대되는 등 저신용·취약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은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 회사채 시장 여건이 더 악화될 경우, CP·단기사채 등으로 조달 수요가 이동하면서 단기 자금 시장 변동성도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회사채·CP 매입프로그램' 운영기한을 당초 올해 말에서 내년 3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3월부터 금융위에서 운영 중이다. 채권 시장의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고, 비우량등급 회사채·CP의 발행 여건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됐다.
현행 회사채·CP 매입프로그램은 △회사채 매입(산업은행) △회사채 신속인수(산업은행·신용보증기금·채권은행) △CP 차환매입(산업은행·기업은행) △A2 CP 차환매입(신용보증기금의 신용보강) 등으로 구성됐다.
또 4개 프로그램별 별도 한도로 운영하던 것을 통합해 필요한 자산을 신속하게 매입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매입가능 신용등급 범위는 회사채의 경우 대기업 'BBB'·중견 'BB'·중소기업 'B' 이상이며 CP는 'A3' 이상이다.
매입 규모도 대폭 확대한다.
기존 4개 프로그램 매입 한도는 총 7조1000억 원으로 이중 현재까지 3조5000억 원을 매입한 상태다. 금융위는 잔여매입 한도(3조6000억 원)에다 기존 매입한 회사채·CP의 상환분(2조4000억 원)을 재매입에 활용해 매입 규모를 6조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앞으로도 매달 금융리스크 대응TF, 매주 금융시장합동점검회의 등을 열고 금융 시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나가며 필요한 조치들은 즉각 추가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