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 후 시간이 지난 뒤 예상하지 못한 ‘후발손해’가 추가로 발생하면, 후발손해 발생이 확정된 시점(후발손해발생일)을 간병비(개호비) 등에 대한 현가산정 기준시기, 지연손해금 기산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교통사고 피해자 A 씨가 가해자 측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피고 패소 부분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A 씨는 2010년 교통사고를 당해 가해자 B 씨로부터 소송제기 등을 하지 않기로 하고 손해배상금으로 1억1000만 원을 받았다. 사고로부터 약 4년이 지난 뒤 A 씨에게 합의 당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충동조절 장애 등이 나타나 1일 4시간의 간병이 필요하게 됐다. A 씨는 개호비와 향후치료비, 위자료 등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개호비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원고 과실비율 10%)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향후치료비와 위자료 등은 사고 당시 합의 효력이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고심에서는 사고일에 일정 손해가 발생한 뒤 시간적 간격을 두고 예상하지 못한 손해가 추가로 발생한 경우, 지연손해금 부가 기준일이 되는 불법행위일을 언제로 봐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하급심에서는 사고일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회통념상 후발손해가 판명된 때에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후발손해 판명 시점’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이 성립하고 지연손해금 역시 그때부터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잡더라도 중간이자 공제기간이 414개월을 초과하는 경우 일시금(현가) 산정 기준시기는 사고발생일이 아닌 ‘후발손해발생일’로 봐야 한다는 첫 명시적 판단도 내놨다.
사고 등으로 배상을 정기금으로 받게 됐을 때, 이를 한번에(일시금) 받게 되면 여러 기간에 걸쳐 나눠 받는 것보다 이자 부분에서 이득을 얻게 된다. 일시금은 이 이득에 해당하는 이자를 미리 빼고(중간이자공제) 지급하게 되는데, 이를 산정하는 방법 중 호프만 계산식은 이자를 단리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월 30만 원을 받는다면 일시금은 30만 원에 단리연금현가율(호프만 계수)을 곱한 금액이 된다. 계산식에 적용되는 호프만 계수는 개월 별로 커지는데 대법원은 이 계수가 최대 240까지만 적용하도록 했다.
240 이상이 되면 피해자가 받는 일시금에 대한 월 지연손해금이 정기금보다 커지는 결과가 발생해 피해자가 과잉배상을 받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호프만계수표에 따르면 413개월일 때 계수는 239.9092, 414개월일 때 계수는 240.2762다. 즉 중간이자 공제기간이 414개월을 넘어가면 항상 최대 일시금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이 사건은 사고발생일이나, 그보다 4년 지난 후발손해발생일이나 받게 되는 일시금은 최대로 받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손해배상액 총액은 4년간의 지연손해금만큼 차이가 났다.
대법원은 “과잉ㆍ과소배상을 방지하고 정당한 배상액을 정하기 위한 손해액 조정의 기본 이념에 비추어 보더라도 후발손해발생일이 현가산정일 및 지연손해금 부가 기준일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