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한지 하루 만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리상승, 자산시장 가격조정으로 인한 서민·취약계층의 과도한 상환부담을 덜어주고 연착륙 방안을 적극적이고 세밀하게 모색하라고 당부했다. 은행권의 부담은 한층 더 커진 모양새다.
이 원장은 4일 오전 전략담당 부원장보 및 8개 부서장을 참석시킨 가운데 긴급 리스크 점검 회의를 열고 최근 국내외 경제·금융시장 동향 및 주요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및 주요국의 통화 긴축 가속화 등 대외여건 악화로 국내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금리 상승으로 과다채무자 등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이자 부담이 증가하고,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격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긴급 리스크 점검 회의에서는 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차주 및 금융회사 부실위험, 외화유동성 사정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특히 은행권에 대해서는 예대금리차 공시 개선, 금리인하 요구제도 활성화, 취약차주 맞춤형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취약차주의 부실화 가능성 최소화하기로 했다.
전일 신한은행은 6월 말 기준 연 5%가 넘는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취약 차주의 금리를 1년간 연 5%로 일괄 인하하고 5% 초과분은 은행이 대신 감당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6%인 경우 5%는 차주가 부담하고, 0.6%는 신한은행이 지원하는 방식이다.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연간 금리 상승 폭 0.75%포인트 이내로 제한한 상품)을 신청하는 대출자에게는 원래 고객이 부담하는 연 0.2%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신한은행이 1년간 내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대표적 서민 지원 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 대출의 신규 금리도 연 0.5%포인트 인하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의 이 같은 조치는 다른 은행의 취약차주 보호 대책의 가이드라인이 될 가능성이 커 조만간 유사한 대책 발표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은 "아직 구체안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취약차주 등의 대출이자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도 취약차주 등을 중심으로 대출금리 인하를 검토 중에 있다고 전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에 금융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기업대출 증가를 대비해 수신금리를 일제히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기대출자에 대한 금리 상한제를 적용하면 일정 부분 예대금리차가 줄어들 것"이라며 "대출부실을 줄여 건전성을 제고할 수 있지만, 수익성에는 다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