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9620원으로 정해졌다. 최저임금이 법정시한 내 결정된 건 8년 만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9160원)보다 460원(5.0%) 인상된 9620원으로 결정했다. 주휴수당을 포함해 주 40시간 기준 월급(총 209시간)으로 환산하면 201만580원이다. 노사의 최초 요구안이 제시된 6차 전원회의 이후 좀처럼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이 직접 개입했고, 위원회는 공익위원이 제시한 중재안을 표결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했다. 표결에 앞서선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과 사용자위원들이 집단 퇴장했다.
이날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시한이다. 이로써 이로써 최저임금 결정은 2014년(2015년도 적용 최저임금) 이후 8년 만에 법정시한 내 이뤄졌다.
노동계는 21일 최초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시급 1만890원을 제시했다. 고물가에 따른 생계비 급증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경영계는 23일 6차 전원회의에서 원자재 등 생산재 가격 상승, 기준금리 인상발 금융비용 급증에 따른 경영난을 호소하며 동결(9160원)을 요구했다.
28일 7차 전원회의에서 1차 수정안으로 노동계는 1만340만 원, 경영계는 9260원을 내놨다. 최초 요구안 대비 격차가 1730원에서 1080원으로 좁혀지긴 했지만, 여전히 간극이 컸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새벽 8차로 차수를 변경해 회의를 이어갔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정회하고 오후 3시 회의를 속개했다. 속개된 회의에서 노동계는 1만90원, 경영계는 9310원으로 2차 수정안을 제시했다. 다시 1만80원, 9310원을 3차 수정안으로 각각 제시했다. 노사 요구안의 격차는 2차 수정안 780원에서 3차 수정안 750원으로 좁혀졌다.
하지만, 3차 수정안 제시 이후 입장차가 더 이상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 측은 9410~9860원(2.7~7.6%)을 심의촉진구간으로 내놨다. 이후 노동계가 심의촉진구간 내 4차 수정안을 거부했고, 경영계도 수정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공익위원 측은 9620원을 단일안으로 제시했다.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4명은 퇴장했다. 박상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공익위원이 제시한 안은 실질적으로 물가 인상률에도 못 미치는 안”이라며 “임금이 인상되는 것이 아니라 동결을 넘어서서 실질임금이 삭감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뒤이어 사용자위원 9명도 전원 퇴장했다. 다만, 사용자위원들의 퇴장은 표결 선포 후 이뤄져 의결정족수에 포함, 기권표로 처리됐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5%는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생각이 있었다”면서도 “무리하게 회의 진행 방식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남은 근로자위원 5명과 공익위원 9명 등 14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2표, 반대 1표, 기권 10표(공익위원 9표 포함)’로 공익위원안을 가결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9명과 사용자위원 9명, 고용노동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위촉하는 공익위원 9명 등 27명으로 구성돼 있다. 고용부 장관은 매년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해야 하며, 위원회는 심의 요청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후 고용부 장관은 재심의 기간을 거쳐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고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