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중과 제도를 주택 수가 아닌 가격 기준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전병목·송병호 연구위원은 28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 공청회에서 "상위 자산가 과세 수단인 종부세의 역할을 감안할 때 주택 수보다 과표 기준으로 전환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주택 수 기준은 서울(강남)에 대한 수요를 더욱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가격안정화에도 기여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종부세법은 1세대 1주택자에게는 혜택을, 다주택자에게는 강한 불이익을 주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조정대상지역 1주택자에게는 0.6~3.0%의 종부세율이 적용되지만, 2주택 이상이면 1.2~6.0%의 중과세율을 적용받는다.
조세연은 "최근 크게 높아진 보유세 부담의 조정은 변화의 주요 원인을 제공한 종합부동산세를 중심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세 부담 증가 속도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세연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보유세수는 부동산 가격 상승, 보유세 강화 조치 등으로 2017년 14조3000억 원에서 2020년 20조 원으로 39.9% 급증했다. 보유세는 재산세, 종부세 등으로 구성되는데, 종부세는 2017년 1조6500억 원에서 2021년 6조1300억 원으로 증가했고, 재산세도 2017년 10조7000억 원에서 2020년 13조8000억 원으로 늘었다.
조세연은 이러한 부동산 세 부담 증가가 전·월세 가격의 상승과 함께 이뤄져 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늘리고, 미보유자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택 수요가 비탄력적인 수도권을 중심으로 세 부담 전가 가능성도 높였다고 평가했다.
이에 조세연은 우선 종부세를 보유주택 수보다 과표 기준으로 전환해 운영함으로써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율 수준 하향조정 방안으로는 2018년 당시처럼 단일 누진세율 체계(0.5~2.0%)로 전환하는 방법과 2019년~2020년 당시 적용된 약한 누진세율 체계(2주택 이하 0.5~2.7%, 3주택 이상 0.6~3.2%)로 전환한 이후 단일 누진세율 체계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내놨다.
아울러 높아진 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하향 조정하고, 미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세 부담 상한제도의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세연은 "기본공제금액(6억 원, 1주택자 11억 원) 조정은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을 설정하는 것이므로 정책목표 설정을 바탕으로 조정해 줄 필요가 있다"며 "2주택 이하 150%, 3주택 이상 300%인 세 부담 상한제도도 130%~150%로 단일화하거나 1주택자 130%, 다주택자 150% 등 차등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세연은 "근본적으로는 부동산 보유세를 재산세와 통합해 지방공공서비스와의 연계성을 높인 편익과세로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부동산 계속 소유자의 세 부담 증가율을 부동산 가격변화 대신 소비자물가상승률 또는 소득증가율 등 보다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규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