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해외주식투자자)’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미국 금융투자가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21년 지역별·통화별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준비자산을 제외한 한국 대외금융자산(거주자 대외투자) 잔액은 1조7153억 달러로 2020년 말보다 1778억 달러 증가했다.
앞서 지난 2월 ‘2021년 말 국제투자대조표’에서 이미 공개된 것과 마찬가지로 잔액과 증가 폭이 사상 최대 규모다. 다만 이번 통계의 잔액에서는 준비자산(4631억 원)이 제외됐는데, 준비자산 운용 내역을 국제투자대조표에서 공개하지 않는 국제관례에 따른 것이다.
지역별로는 미국에 대한 투자가 6750억 달러(비중 39.4%)로 가장 많았고, 이어 유럽연합(EU)(2360억 달러·13.8%), 동남아(2149억 달러·12.5%) 등의 순이었다.
특히 미국 투자 잔액이 1년 사이 1418억 달러나 늘었다. 잔액과 증가액 모두 사상 최대 기록이다. 비중 역시 34.7%에서 39.4%로 상승했다.
유복근 한은 경제통계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미국에 대한 투자 잔액은 거주자의 대미증권투자 확대와 미국 주가 상승 등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 미국 다우지수는 18.7% 상승했고, 나스닥 역시 21.4% 올랐다.
대(對) 미국 투자 잔액을 유형별로 나눠보면, 증권투자(4568억 달러)가 가장 많았고, 직접투자(1438억 달러)와 기타투자(714억 달러)가 뒤를 이었다.
대외금융부채(외국인의 국내투자)는 작년 말 현재 1조5188억 달러로 1년 새 225억 달러 늘었다. 투자지역별로는 미국이 3862억 달러(비중 25.4%)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동남아(3239억 달러, 21.3%), EU(2515억 달러, 16.6%) 등의 순이었다.
특히 전년 말과 비교하면 동남아(+357억 달러), 중국(+57억 달러) 등의 투자 잔액이 증가했으나, 미국(-177억 달러), 일본(-51억 달러) 등은 감소했다.
유복근 팀장은 “미국에 대한 대외금융부채 감소는 지난해 미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가 하락하는 등 비거래 요인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식은 거래 요인도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미국 투자자의 우리나라에 대한 주식투자 잔액도 감소했다”라며 “지난해 코스피가 3.6% 상승했는데, 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작년 말 우리나라 대외금융자산을 통화별로 분류하면, 미국 달러화 표시 금융자산이 1조56억 달러(비중 58.6%)로 가장 많았다. 유로화는 1687억 달러(9.8%), 위안화가 1210억 달러(7.1%) 순으로 나타났다.
대외금융부채 중에서는 원화 표시 금융부채가 1조456억 달러(68.8%)로 최대였고, 미 달러화와 유로화가 각각 3684억 달러(23.4%), 365억 달러(2.4%)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