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고금리는 특히 저소득 취약계층에 역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1분위 가구의 소비지출 구성비는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비중이 21.7%인 반면 소득 5분위 가구는 13.2%이다. 그리고 가계수지 적자가구 비중은 소득 1분위 57.2%, 소득 2분위 25%인 반면 소득 5분위 가구는 6.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소득층에 비해 저소득층에 물가와 금리의 여파가 더욱 민감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이번 금융위의 금융공급 중심 민생지원 프로그램은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저소득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및 가계수지 적자의 다층적 원인을 고려하면 단지 금융공급 및 금융포용에서 더 나아가야 함을 알 수 있다. 우선 저소득 저신용으로 인한 구조적 원인을 들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근로빈곤가구의 연간 지급이자 상환액은 가처분소득 대비 약 114%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부채 상환을 위하여 신규 부채를 발생시키는 악순환의 현실을 보여준다. 근로빈곤가구의 원리금 상환 연체율이 24.4%로 전체 가구 연체율 12.9%에 비해 훨씬 높다는 사실 역시 근로빈곤가구의 가계부채가 가중되는 악순환을 잘 보여준다.
많이 알려진 합리적 선택의 관점, 즉 생애 전반에 대한 소득 상승과 소비 평탄화를 의도한 합리적 전략이 아닌 생존수단, 즉 의도치 않은 생계비와 교육비, 의료비, 그리고 장애인과 노인, 한부모 가구의 특성으로 인한 추가비용 지출을 위하여 추가부채를 감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정폭력과 이혼, 사업 실패와 실직, 채무보증 사기 등 외적 요인이 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외적 요인들은 저신용 또는 신용불량으로 귀결되고, 또다시 금융 배제와 역진적 고금리 대출기관으로의 유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편 저소득 취약계층의 낮은 금융 역량(financial capability) 또는 금융 문해력(financial literacy) 역시 고려해야 한다. 갑작스런 경제적 지위의 하락에 적응하지 못한 채 과도한 사교육 및 소비지출을 계속 유지하거나 채무 상환의 경제적 중요성을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신용등급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하여 예방 가능한 상환연체를 하거나, 신용대출 및 카드대출 금리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하여 장기적으로 과도한 적자가 급증하는 경우이다. 아울러 사회적 금융, 서민을 위한 정책금융, 기타 파산, 면책, 개인회생, 워크아웃 등의 대안 정보 부족, 금융소비자로서의 합법적 권리 보장 영역에 대한 이해의 부족도 들 수 있다. 사실 금융 역량 또는 금융 문해력의 문제는 단지 저소득 취약계층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갑작스런 경제적 지위 하락의 리스크는 비록 불균등하지만 중산층도 예외는 아니다.
고물가 고금리 시대 금융부문 민생지원 프로그램은 소상공인, 저소득 청년층, 저신용자 위주의 일시적 금융 제공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지방정부 산하 금융복지상담센터, 중앙정부 산하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 그리고 근로빈곤가구, 한부모가구, 장애인가구 등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복지기관들의 적극적 금융역량 지원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저임금, 고용불안, 금융사기 등 빈곤으로의 유입을 예방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 개선도 보다 적극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모두가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