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첫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 정책의 초석을 다진 셈이다. 초석을 잘 다져야 기초가 튼튼하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로 무너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이번 첫 부동산 대책에 대한 관심은 상당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실망한 민심이 5년 만에 정권을 바꿔놓지 않았던가. 이달 진행된 지방선거 역시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선거로 이어졌다.
그만큼 기대가 컸던 탓일까.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을 놓고 합격점을 주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대책이 시장에서 기대했던 만큼의 규제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공약을 지속해서 내놓았다. 규제 옥죄기에 나섰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면서 국민은 오히려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 활성화를 기대했다. 규제가 풀리면 공급이 늘어나고, 그만큼 집값이 안정화하면 ‘내 집 마련’의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 시장에 매매 절벽이 장기화하고 있는 점, 임대차3법 시행 2년째인 올해 8월부터 보증금과 월세가 한 번에 올라 전·월세 시장 대란이 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급한 불을 끄려는 모습이 단연 눈에 띈다. 부동산 시장 전체 안정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당장 시급히 처리해야 할 문제부터 해결에 나선 셈이다.
정부는 직전 계약보다 임대료를 5% 이내로 인상한 신규(갱신) 계약 체결 상생임대인을 대상으로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와 장기보유 특별공제에 필요한 2년 거주 요건을 2024년 말까지 면제하기로 했다. 갱신계약이 만료되는 임차인에 대해 4년간 전세가격 상승 폭을 감안해 버팀목 전세대출의 보증금과 대출한도도 확대 지원한다.
상생임대인의 혜택을 확대하면서 전세물건이 다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영향이 얼마나 시장에 파급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쉬운 대목은 1가구 1주택자나 다주택자에서 1주택자로 전환할 계획이 있는 경우로 한정한 것이다. 대다수 임대인이 다주택자인 점을 고려해 적용 대상을 다주택자로만 확대했다면 시장에 파급력은 더 컸을 것이다.
물론 시장에서는 정부가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고 평가한다. 전문가들은 “상생임대인, 임차인 전세대출 지원 강화 등 정책은 당장 필요한 내용”이라며 “현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만큼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고 평했다. 이번 정책이 끝이 아닌 시작인 만큼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꾸준히 시장 안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8월께 250만 가구 공급 로드맵을 발표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새 정부의 250만 가구 공급 대책을 8월 15일 광복절 이전에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아직 구체적인 공급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단순히 정부가 공급량에만 치우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5년간 연평균 55만 가구 수준의 공급이 이뤄졌다. 윤석열 정부가 계획한 연평균 50만 가구 공급보다 많다. 그런데도 공급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은 대다수가 원하는 서울 및 수도권에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전 정부와 똑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단순히 공급량을 늘리는데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원하는 핵심지에 충분한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핵심지에 주택 공급을 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침체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규제를 풀었다간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 그만큼 신중하면서도 윤 대통령이 규제 완화 공약을 지켜내려는 강력한 의지가 필요한 부분이다. 부디 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초석을 잘 마련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