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긴축 공포가 국내 증시를 넘어 부동산 시장마저 짓누르고 있다. 국내 부동산 금융의 위험노출(exposure) 규모가 4년 전 대비 4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부동산 버블(거품) 붕괴에 대한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2017~21년) 동안 ‘국내 부동산금융 전체 위험노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566조4000억 원으로 2017년(1791조1000억 원) 대비 42.8% 급증했다. 연간 증가율 역시 △2018년(6.9%) △2019년(7.6%) △2020년(10.4%) △2021년(12.4%)으로 가속화했다. 같은 기간 명목 GDP(국내총생산) 대비 비중 역시 26.8% 상승한 124.7%로 위험세가 확대하고 있다.
부동산금융은 부동산 사업에서 발생하는 관련 채권을 상품화해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기법을 뜻한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역모지기론, 부동산펀드, 리츠 등의 금융상품 등이 해당된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금융의 위험노출 규모가 급증한 원인으로 ‘부동산 시장의 호황’을 지적했다. 신 연구원은 “초저금리 장기화로 시중에 급등한 유동성이 높은 수익률을 좇아 부동산 및 관련 금융투자상품 시장으로 유입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상품 형태별로는 가계여신이 전체 위험노출의 절반에 육박했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여신은 49.4%(1267조2000억 원) 규모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기업여신(38.6%), 금융투자상품(12.0%)이 뒤를 이었다. 전체 위험노출액 중 금융기관 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52.0%(1341조6000억 원)로 이중 은행권이 55.9%(750조1000억 원), 비은행권이 44.1%(591조5000억 원)를 차지했다.
특히, 비은행권의 고위험대출(상업용부동산 담보대출, 개인사업자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4년 사이 비은행권 대출 비중은 은행권 대출에 비해 4.4%포인트(192조 원) 상승했다. 부동산 금융이 속도와 규모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악화하며 금융시장 전반의 위험을 가속하는 셈이다.
문제는 부동산 금융 리스크가 실물 경제로 확장됨에 따라 부동산 실물 경제 충격 역시 금융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내 가계의 부동산 자산 비중과 부동산 관련 비은행권 위험노출을 고려했을 때 부동산 가격 하락 시 거시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여타 금융 자산 가격 하락보다 큰 충격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신 연구위원은 “대출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의 관련 위험 노출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부동산 관련 채무 보증도 미분양 등으로 기초자산이 부실화되거나 차환에 실패하면 증권사와 시공사로 신용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며 “보증 위주의 여신심사 관행을 개선해 사업 실현 가능성 등 고유의 위험요인 위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