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저성장) 우려 속에 정부와 국회가 '가상자산 과세 유예'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들었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비서실에서 일했던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5일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가상자산 양도ㆍ대여 소득 과세 시기를 2023년 1월 1일에서 2025년 1월 1일로 2년 유예 △기본 공제금액은 250만 원에서 주식과 같이 5000만 원까지 상향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 소득세법은 가상자산 양도ㆍ대여 소득에 대해 2023년 1월 1일부터 과세하겠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타소득으로 간주하고, 250만 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지방세를 포함해 22%의 세금을 부과토록 했다. 2019년 9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산하 국제회계기준(IFRS) 해석위원회의 해석을 준용,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는 점을 차용했다.
정 의원은 "금융투자소득금액에서 5000만 원을 기본공제할 예정인데, 금융투자소득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가상자산 소득세의 기본공제 금액을 금융투자소득세와 동일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라며 "가상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가 시장에서 수용되기 이르다는 의견이 있다"라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정 의원은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비서실에 합류했다. 앞서 지난해 8월 대선 캠프에 합류, 당선 이후 대통령 비서실 정무1팀장을 맡았다. 이에 상임위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지만, '선(先) 정비 후(後) 과세' 원칙에 입각해 코인 투자 수익 5000만 원까지 비과세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대표 추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부 또한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모양새다.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관련 브리핑을 통해 기획재정부는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2년 추가 유예한다고 밝혔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청문회에서 과세 유예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추 장관 또한 가상자산 거래의 투명성 및 소비자 보호 장치, 안정성 등에서 법제가 완비되지 않은 점을 들어 유예 필요성을 강조했다.
업계도 과세 유예에 대해 적절한 조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ㆍ이더리움의 마지노선이 붕괴되며 투자 심리가 얼어붙는 상황이다. 가상자산의 가치 변동성이 크고, 주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만큼 섣부른 과세가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상자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어 수익을 보는 경우가 얼마 없는데, 과세를 하겠다고 나서도 대상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유예가 정치적으로든 기술적으로든 맞는 결정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