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하반기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한다. 또 연공급(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고,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한다. 다만, 연금 개혁은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고, 임금체계 개편과 근로시간제도 완화는 노동단체와 야당이 반대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16일 나온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는 공공·연금과 노동시장, 교육, 금융, 서비스산업 등 5개 분야에 대한 개혁·혁신방안이 담겼다. 주요 키워드는 재정·연금 지속 가능성 확보와 유연한 노동 규제, 교육 패러다임 전환이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이후 노·사·정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정책들이 대거 수술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공공기관 기능 축소, 52시간제 완화, 임금체계 개편…
먼저 정부는 재정총량 관리목표를 새로 설정하고 재량지출뿐 아니라 의무·경직성 지출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저출산·고령화 등 경제·사회여건 변화를 고려해 교육재정교부금 사용처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기준도 확대·상향한다. 공공기관에 대해선 민간부문과 경합하거나 타 공공기관과 중복되는 업무들을 대폭 조정한다. 이는 공공기관 기능 축소를 의미한다. 민간부문과 경합하는 업무가 폐지·축소된다면, 사실상 해당 업무의 ‘민영화’가 이뤄진다. 정부는 이 같은 ‘자발적 구조조정’을 실시해 성과를 낸 공공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특히 내년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맞춰 하반기 중 국민연금 개혁안을 마련한다. 다만, 개혁안의 구체적인 방향은 제시하지 않았다. 기여율(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2024년 국회의원 총선거 일정을 고려할 때 정부가 얼마나 연금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노동 분야에선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근로시간 운용 선택권을 확대한다. 초과근로시간 총량 관리단위를 주에서 월로 확대하고, 유연근로제를 활성화하는 방향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중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근로시간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지만, 사실상 ‘주 52시간제 후퇴’에 해당하는 개선안을 민주당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와 함께 연공급 위주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 전환한다. 한국형 직무별 임금정보시스템을 신설해 직무별 임금정보를 제공하고, 현장 수요에 맞는 임금체계 개편 가이드북을 보급한다. 또 일터혁신 컨설팅을 통해 사업체 특성에 맞는 합리적 임금‧평가체계 도입 지원한다. 단, 현장에서 임금체계를 개편하려면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통한 취업규칙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대화를 우선한다”면서도 “노사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노동단체에 대한 선전포고다.
이 밖에 정부는 첨단산업 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교육을 혁신하고 학과정원·대학평가·학사관리·대학운영 등 고등교육 전반에 대한 자율성을 강화한다.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력 양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또 획일적 대학평가를 자율계획에 따른 선지원·후평가 방식으로 개편한다. 금융 분야에선 금융산업 규제 전반을 개선하고, 민간금융 영역의 정책금융 점진적으로 축소한다. 서비스산업에 대해서도 규제를 과감히 정리하고, 제조업과 차별을 해소한다.
◇‘포퓰리즘’ 비판하던 현금복지, 오히려 확대
재정·노동정책과 달리 복지정책 방향은 문재인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생계급여와 주거급여 선정기준을 각각 기준중위소득의 30%에서 35%까지, 46%에서 50%까지 상향할 계획이다. 생계급여 선정기준 상향은 곧 급여수준 인상을 의미한다. 긴급복지 생계지원금도 생계급여 수준까지 인상하고, 지원대상을 확대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한 상병수당은 단계적으로 시범사업 지역(현재 6개 시·구)을 늘린다.
아울러 소득 하위 70% 노인(65세 이상)에 대한 기초연금을 월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인상한다.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확대한다. 또 근로장려세제(EITC) 최대 지급액을 10% 인상하고,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조기 취업에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중위소득 60% 이하 청년에 대해선 8월부터 월 최대 20만 원의 월세자금을 1년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