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첫해인 2020년 국내 자살 사망자가 전년보다 604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대 이하에선 자살 사망자와 사망률 모두 증가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2 자살예방백서’를 발간한다고 14일 밝혔다. 백서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자살 사망자는 1만3195명으로 전년보다 604명 줄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도 25.7명으로 1.2명 감소했다. 코로나19 유행에도 자살률이 줄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선 여전히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살 사망자는 50대(2606명), 자살률은 80세 이상(62.6명)에서 가장 많았다. 다만 이들 연령대를 포함해 대부분 연령대에서 사망자와 자살률은 감소 추세다. 반면, 10~20대는 사망자와 자살률이 모두 늘었다. 남자는 10대에서, 여자는 20대에서 자살률 증가가 두드러졌다. 특히 20대는 자살률이 21.7명으로 1년 새 2.5명(12.8%) 급증했다. 2020년 20대 자살률은 남자가 23.8명으로 여자(19.3명)보다 많았으나, 증가 속도는 여자가 더 빨랐다. 청소년(9~24세)은 사망자와 자살률이 각각 957명, 11.1명으로 집계됐다. 모두 3년 연속 증가세다.
자해·자살 시도자 수에서도 20대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2020년 응급실에 내원한 자해·자살 시도자는 3만3905명으로 전년보다 1431명 감소했다. 대부분 연령대에서 시도자가 줄었지만 20대에선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6년까진 40대가 응급실 내원 자해·자살 시도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2017년부턴 20대가 1위로 올라섰다. 2020년 한 해에만 1만7명의 20대가 자해·자살을 시도한 후 응급실에 내원했다. 20대 자해·자살 시도자 10명 중 7명은 여자다. 전년과 비교하면 6866명으로 1년 새 1185명(21.1%) 급증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여성의 자살 시도율이 큰 폭으로 늘었는데, 자살 동기로는 우울증, 조현병, 공황장애 같은 정신적 문제가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자해·자살 시도자와 자살 사망자의 성비를 보면, 응급실에 내원한 자해·자살 시도자는 여자가 남자보다 1.5배 많았지만, 자살 사망자는 남자가 여자보다 2.2배 많았다. 자해·자살 시도는 여자가 더 많지만, 실제 사망으로 이어지는 극단적인 수단 활용은 남자가 더 많아서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전체 자살 사망은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통계청이 2022년 3월까지 잠정 집계한 결과, 사망자는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2~3년간이다. 그는 “보통 국가적 재난이나 위기가 닥쳤을 때는 단합력이 발휘돼 자살 사망이 감소한다는 통계가 있다”며 “전문가들 연구를 보면, 위기 이후 2~3년간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사례분석이 있기 때문에, 일상회복 이후 사망률에 주목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