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금융채 앞날, 금융당국 만기 연장 중단 여부에 달렸다

입력 2022-06-14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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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경기 불안정성이 커지는 시기에도 주요 금융채는 신용평가사의 등급 평가에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융당국이 4차례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를 취하면서 금융사가 부담해야 할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해당 조치의 연착륙 여부에 따라 금융채의 평가도 달라질 전망이다.

14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본 평가와 정기 평가에서 KB국민은행과 농협금융지주의 회사채는 각각 AA-, AAA등급을 받았다. 전망도 ‘안정적’을 받았다. 이 외에도 이달 평가를 받은 신한캐피탈, 오케이캐피탈, 한국수출입은행, 교보증권, 하나은행 등도 모두 향후 전망 ‘안정적’을 받았다.

한신평은 국민은행이 안정적인 영업기반을 조성했다고 평가했다. 한신평은 “국내은행업 내 대출금 점유율 1위(14.6%), 예수금 점유율 1위(16.5%)의 대규모 영업 네트워크를 보유한 최상위권의 시중은행”이라며 “소매금융에 특히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광범위한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영업기반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국민은행은 국내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에도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국민은행은 싱가포르 지점을 개점했다. 싱가포르 지점은 현지 통화 기반의 리테일 업무를 제외하고 기업 금융, 투자 금융, 일부 증권업 등을 수행한다. 외부에서는 국민은행이 이번 개점으로 런던, 뉴욕에 이어 24시간 대응이 가능한 자본시장 인프라체계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농협금융지주 역시 주력 자회사인 NH농협은행의 사업성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신평은 “은행 지주회사의 강력한 통제력 및 결속력, 은행의 시스템적 중요성 등을 감안할 때 농협은행과의 통합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농협금융지주의) 신용도는 주력 자회사의 우수한 신용도를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은행뿐만 아니라 NH농협생명, NH투자증권, NH농협캐피탈 등 비은행 부문 자회사들 역시 업계에서 높은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신평은 “2018년 NH리츠운용, 2019년 NH벤처투자를 설립하며 신금융부문에의 진출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지속적인 사업 다각화는 장기적으로 그룹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 유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은행채 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4월까지만 해도 만기 도래분보다 적은 규모로 발행되던 은행채는 지난달 순발행으로 전환됐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채는 전체 3조8000억 원 발행됐다.

다만 코로나19가 엔데믹화 됨에 따라 금융당국의 관련 지원 정책이 변화될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로 타격받은 소상공인의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원금과 이자 상환을 유예하고 있다. 현재까지 6개월씩 총 4번 연장됐다. 현재 발표대로라면 해당 조치는 9월 말 종료다.

2년간 대출을 연장해주면서 부실은 누적될 대로 누적된 상태다. 지난 2일 금융감독원은 ‘2022년 3월 말 국내은행의 부실 채권 현황’을 통해 국내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부실 채권 비율)이 0.45%라고 발표했다. 이는 2016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한 은행권 관계자는 “만기 연장 조치에 따른 착시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4차례 대출 만기를 연장하면서 고정이하여신으로 잡히지 않고 빠져나간 잠재 부실이 있다는 뜻에서다.

한신평 역시 “코로나19 장기화로 잠재 부실이 누적된 상황”이라며 “은행의 재무건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단계적인 정상화 조치가 지속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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