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산 주식 방송 소개 후 매도…대법 "자본시장법 위반"

입력 2022-06-12 09:00 수정 2022-06-1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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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매수한 주식을 소개한 뒤 팔아치운 증권전문가가 처벌 위기에 처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A 씨는 2009년경부터 경제전문방송에서 증권방송전문가로 활동하면서 투자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는 2011년 10월부터 2012년 1월까지 방송에서 추천할 종목을 저가에 미리 매수하고 방송에 출연해 종목을 추천한 뒤 주가가 오르면 곧바로 되판 혐의로 기소됐다.

이는 이른바 ‘스캘핑 행위’로 불린다. 특정 증권을 장기투자로 추천하기 직전 그 증권을 매수한 다음, 추천 후 시장가격이 상승할 때 즉시 차익을 남기고 매도하는 행위다.

1·2심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인터넷 증권방송과 문자메시지를 통한 매수 추천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방송 출연에 대해서는 방송에서 3개 종목의 매수를 추천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한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나 ‘위계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반면 대법원은 방송을 통한 매수 추천에 대해 “A 씨가 공소사실과 같이 종목의 개별 주식에 관한 자신의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은 채 주식 매수를 추천했는지를 더 심리한 후 자본시장법위반죄 성립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파기환송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2심)은 또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 씨가 방송을 통해 시청자인 일반 투자자에게 3개 종목의 주식을 매수하라는 의사를 표시했다거나 투자자에게 주식 매수를 부추길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증권의 매수 추천’은 투자자에게 매수하라는 의사의 표시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다. 파기환송심은 “유사투자자문업자 등이 주식 종목, 취득·처분, 취득·처분의 방법·수량·가격 및 시기 등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 행위가 곧 매수추천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긍정적 투자 의견을 개진한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자본시장법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며 사건을 또 다시 돌려보낸 것이다.

재판부는 “‘증권의 매수를 추천’한다고 함은 투자자에게 특정 증권이 매수하기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소개해 그 증권에 대한 매수 의사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가리킨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방송의 파급력과 당시 A 씨의 지위 등을 고려할 때 A 씨가 소개한 내용이나 밝힌 의견은 투자자에게 종목의 매수 의사를 불러일으킬만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증권의 매수 추천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국 A 씨의 행위는 자본시장법상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와 ‘위계의 사용’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환송판결 취지에 부합하다”며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을 통해 ‘스캘핑 행위’의 개념요소인 ‘증권의 매수 추천’의 의미를 밝히고 어떤 행위가 ‘증권의 매수 추천’으로서 자본시장법상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한 행위’, ‘위계의 사용’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을 정립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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