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주요 시중은행에서 올해 들어 5개월 동안 기업 대출이 32조 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약 8조 원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오미크론 확산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 등 중소기업 대출이 증가분의 77%를 차지했다.
금리가 계속 오르는 가운데 만약 오는 9월 대출 원금 만기 연장이나 이자 상환 유예 등의 금융지원까지 종료되면, 4분기부터 기업 대출 부실이 우리나라 금융·경제를 위협하는 주요 뇌관이 될 전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5월 말 기준 기업 대출 잔액은 668조629억 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2월 말(635조8879억 원)과 비교해 올해 들어 5개월 사이 32조1750억 원 늘었다.
증가폭이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관련 방역 조치가 엄격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1∼5월·24조4203억 원)보다도 오히려 7조7547억 원 커졌다.
기업 대출 증가액(32조1750억 원) 가운데 약 77%(24조6168억 원)는 중소기업(소상공인 포함) 대출이었다.
이처럼 기업 대출이 30조원 넘게 불어나는 동안 가계대출은 7조9914억 원 감소(709조529억 원→701조615억 원)했다.
최근 주춤한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 대출이 급증하는 추세는 한국은행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4월 말 기준 기업의 예금은행 원화 대출 잔액은 1106조 원으로 한 달 새 12조1000억 원 불어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증가 폭(12조1000억 원)은 4월 기준으로 2009년 6월 통계가 시작된 이후 두 번째로 컸다.
중소기업 대출이 7조8000억 원, 대기업 대출도 4조4000억 원 증가했다. 중소기업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액만 2조6000억 원에 달했다.
'1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대출금' 통계에서 3월 말 기준 모든 산업 대출금(1644조7000억 원)도 작년 4분기보다 63조9000억 원 늘었다. 이 증가 폭은 2020년 2분기(69조1000억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특히 운전자금이 많이 늘었는데, 화학·의료용 제품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1분기 오미크론 재확산에 따라 업황이 부진한 업종의 운전자금 수요도 늘었고, 코로나 금융 지원도 이어지면서 대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향후 금리가 더 뛰고 금융지원이 종료되면 급증한 기업대출 가운데 일부에서 연체 등 부실이 나타나고, 금융·경제 시스템의 위험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간담회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p) 오를 때마다 가계 부담이 3조 원, 기업 부담은 2조7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위험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권도 오는 9월 금융지원 조치가 끝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지원 종료 이후 급격한 대출 부실을 막기 위해 소상공인·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여신 건전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0일부터 소상공인·중소기업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밀린 대출 원금과 이자를 수월하게 갚도록 10년 장기 분할 상환 등 파격적 조건의 연착륙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도 통상 5년 분할상환 등의 연착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