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일본은 제국주의의 기치 아래 수많은 침략과 약탈을 정당화하고 합법을 가장해 침략지를 철저히 통제하고 짓밟기 위한 수단이 필요했다. 여기에 오다카 교수가 ‘실정법주의’를 내세우며 악법을 합법적으로 악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있다. 과도한 형식논리적 실정법주의는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권 등을 침해하는 논리로 남용되기도 했고 지금도 권력자가 비권력자를 탄압하는 논리로 악용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자유와 평등, 인간으로서의 존엄ㆍ가치ㆍ행복추구권 등 매우 기본적이고 중요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이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라 선열과 국민이 치열한 투쟁과 선거 등을 통해 이뤄낸 자랑스러운 역사의 산물이다.
대한민국의 가치와 역사를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악법을 ‘국민을 살리는’ 선법으로 바꿔나가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바로 국회다.
입법권은 헌법 제40조에 명시된 국회의 권한이다. 다만, 이는 국회의원 개개인의 권한을 넘어 국민이 위임한 대리권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각 지역구를 대표하는 국회의원과 전문성 등을 고려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 역시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입법 과정에서 보다 합리적으로 조율하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그러나 지난 21대 국회의 2년은 어떠했나. 170~180석의 거대정당인 민주당은 집권 여당 시절 밀어붙인 소위 ‘임대차 3법’, ‘김여정하명법’ 등으로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았음에도 반성 없이 대선에서 패배하자마자 ‘검수완박법’을 강행처리하기에 이르렀다. 수많은 전문가가 국민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드는 검수완박법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요구했음에도 민주당은 소수 권력자와 자기 진영만을 바라보며 합리적인 논의와 성실한 법안 검토 등을 모두 무시했다. 결국, 국민은 3ㆍ9 대선에 이어 6ㆍ1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의 폭주를 멈추기 위한 결정을 내렸다.
앞으로 2년도 채 남지 않은 21대 국회는 더욱 치열한 입법 전쟁을 치를 것이다.
문제는 이런 입법 전쟁이 과연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가 하는 점이다. 21대 국회 전반기 2년간 발의된 법률안 건수는 1만4831건이다. 20대 국회 전반기 1만2675건을 크게 웃도는 것은 물론 18대 국회(1만2220건) 및 19대 국회(1만6729건) 4년간의 발의 건수와 맞먹는 수준이다.
긍정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중복발의, 간단한 용어 바꾸기 등 법안의 양만 늘어났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무분별한 발의로 심도 있는 논의가 오히려 어려워져 정작 민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안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안들은 검토조차 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폐기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에 2019년 국회는 국회의원 입법평가에서 정량평가 항목을 삭제하고 정성평가로 평가방식으로 바꿨다. ‘숫자평가’를 없애고 ‘내용’을 보겠다는 것이다.
21대 국회 후반기의 입법 전쟁은 누가 더 법안을 많이 발의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민심과 세태변화를 더 잘 담아낼까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악법을 선법으로 바꾸는 일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예리한 비판이 절실하다.
우선 내 삶에서 느낀 부당함과 불편함을 국회의원에게 알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자. 많은 분이 국회의원에게 연락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하지만 국회의원은 국민의 심부름꾼일 뿐이다.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의지에서 국회의원들이 다양한 SNS를 활용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에게 관심을 받지 못한다면 그 모든 소통창구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당장 생각나는 의견이 없다면 자주 활용하는 SNS에서 국회의원을 팔로우해놓고 언제든 의견을 전달하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전화나 이메일도 늘 열려있다.
국회의 입법권은 오직 국민을 위해 존재하며 국민 한 사람의 목소리와 관심이 국회와 대한민국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나비의 날갯짓이 될 수 있음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