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과 조합은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면서다. 시공사가 공사를 중단하고 유치권 행사에 돌입하자 서울시가 갈등 중재안을 내놨다. 하지만 시공사가 이를 거부하면서 사태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사업단과 조합 갈등의 핵심은 공사비다. 2020년 6월 조합과 사업단이 맺은 ‘공사 변경 계약’의 효력 인정 여부를 놓고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전 조합은 2016년 조합과 1만1106가구(공사비 2조6000억 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019년 사업시행계획 변경으로 가구 수가 1만2032가구로 변경됐고, 이듬해 사업단과 조합은 공사변경계약(1만2032가구·3조2000억 원)을 체결했다.
이후 2020년 8월 해당 계약을 맺은 조합 집행부 해임안이 가결됐고 2021년 5월 현재 집행부가 선출됐다. 이에 현행 조합은 이전 집행부가 맺은 계약이 “절차적·내용상으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계속되자 서울시가 개입해 중재안을 내놨다. 서울시는 ‘2020년 6월 25일 변경계약’(공사변경계약)의 유·무효에 대해 더는 논하지 않고, 변경 계약에 따라 책정된 공사비 3조2000억 원에 대해 기존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한국부동산원에 재검증을 신청한 뒤 그 결과를 반영해 계약을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또 조합의 일부 요구를 수용하고 30일 이내에 공사를 재개할 것으로 권고했다.
하지만 시공사업단은 지난달 말 서울시에 “분양가 산정을 위해서는 조합이 우선 서울동부지법에 제기한 ‘공사도급 변경 계약 무효확인의 소’를 취하하고, 지난 4월 16일 정기총회를 통해 의결한 ‘공사계약 변경의 건’ 의결취소를 취소하는 총회가 선행돼야 협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전망이 미궁 속으로 빠지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짊어지는 형국이다. 당장 이주를 준비 중인 6000여 명의 조합원은 입주 지연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조합원은 7000억 원 규모 사업비 대출금 등 금융 비용 부담도 감당해야 한다. 시공사업단은 조합과 합의가 지연되면 총 7000억 원 규모 사업비 대출금 보증 연장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둔촌주공 조합은 재건축 사업을 위해 이주비 대출 1조4000억 원, 사업비 대출 7000억 원을 받았다. 이 중 사업비 대출 7000억 원은 시공사업단의 보증을 통해 이뤄졌다. 이주비 대출은 다음 달, 사업비 대출은 8월이 만기다.
공사 지연 피해도 우려된다. 시공사업단은 조합과 갈등으로 지난 4월 15일부터 공사를 모두 중단했다. 현장 내 타워크레인 57대도 철거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 요청으로 합동점검 기간 일시중단된 타워크레인 철거는 7일부터 재개될 전망이다.
나아가 서울 부동산 시장 불안도 피할 수 없다. 이번 재건축 사업의 일반분양 물량은 총 4786가구에 달한다. 일반분양 물량의 씨가 마른 서울 내 공급 현실을 고려하면 둔촌주공 분양 시 집값 안정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