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물가는 국제원자재 가격뿐만 아니라 환율의 영향도 크게 받고 있어 국제원자재의 안정적 공급과 함께 환율 안정에도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3일 '환율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분석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은 "공급망 훼손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국제원자재 가격의 급등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마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올해 4월 원·달러 환율은 매매기준율 평균기준 1232.3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1% 상승, 6년 2개월 만(2016년 2월 10.8%)에 상승률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원자재가격과 환율 급등의 영향으로 물가도 크게 치솟고 있다. 4월 중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상승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4.82% 상승)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중 생산자물가도 9.2% 상승했다. 생산자물가는 작년 10월부터 7개월 연속 8% 이상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데, 8% 이상의 지속 기간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2008년 5∼10월, 6개월)보다 길다. 생산자물가의 급등은 원재료수입물가의 급등에 기인한다.
4월 중 원화기준 원재료수입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71.3% 올랐는데, 작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13개월 연속 30%(최고치 작년 10월 88.5%)가 넘은 상승률을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원재료수입물가의 30% 이상 지속기간은 12개월(2007년 11∼2008년 10월)이었다.
한경연은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과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급등이 생산자물가 및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한경연은 2003년 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19년간의 월별자료를 이용해 원·달러 환율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추정했다. 분석결과, 지난해 같은 달보다 원·달러 환율이 1%p 높아지면, 소비자물가는 0.1%p 오르고, 생산자물가는 0.2%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이를 바탕으로 올해 1분기 원·달러 환율 변화(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상승)가 동일 기간인 1분기 중 물가상승률에 미치는 영향력을 추정한 결과,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가 3.8% 상승한 환율상승의 기여도는 0.7%로 나타났다.
환율이 안정적이었다면, 1분기 중 소비자물가는 3.1%로 낮아질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1분기 중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8.8%이었는데, 환율상승의 기여도는 2.0%로 분석됐다. 환율이 안정적이었다면, 생산자물가 역시 6.8%로 낮아질 수 있었다고 한경연 측은 설명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기업의 원재료 수입 가격이 올라가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실증적으로 확인되었다”라며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국제원자재 공급애로 타개에도 노력 해야 하지만, 무역수지 흑자 전환 등 환율안정을 위해서도 총력을 기울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