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고사 직전까지 갔던 면세업계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한숨 돌리나 싶더니 큰손 고객인 중국의 봉쇄 조치가 길어지면서 여전히 터널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달 말 공항 임대료 50% 감면 정책까지 종료될 예정이어서 면세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6월 말 공항 면세점 임대료 감면 종료를 앞두고 면세업계가 정책 연장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정부 당국도 업계 의견 수렴을 통해 조율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코로나19 피해가 장기화되자 지난해 12월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와 공항시설사용료 및 상업ㆍ업무용시설 임대료 감면 기간을 올해 6월말까지 연장한 바 있다.
올들어 코로나 확산세가 둔화되면서 상황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공항 이용객수는 아직도 코로나 이전의 1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면세점들의 실적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4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3833억 원으로, 전월보다 17% 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3월 면세점 매출이 전월보다 16.5% 늘어난 1조6629억 원을 기록해 회복세를 보이는 듯 했지만 한 달 만에 상승세가 다시 꺾인 것이다.
이는 해외여행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 다른 나라와 달리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서 상하이 등 주요 도시가 완전 봉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6월부터 봉쇄가 해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완전 정상화까지는 많이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항 임대료 감면 제도마저 종료될 경우 면세업계의 어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면세점 빅4의 1분기 실적을 보면 롯데면세점은 75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도 각각 21억 원, 140억 원 적자를 냈다. 신라면세점만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70% 감소한 127억 원에 그쳤다.
이들 4개사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내는 임대료만 월 500억 원을 넘고 연간으로 환산하면 조 단위에 이르는 만큼 연장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적자 규모는 더 불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면세업계 중 유일하게 1터미널과 2터미널 모두 운영하고 있어 임대료 감면 조치에 따라 실적하락 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기대감에 공항 이용객 수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면세시장 매출규모는 중국 봉쇄 여파로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서는 공항 임대료 감면 연장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정부 역시 고민이 깊다. 이미 수차례 임대료 인하 정책을 연장해온 상황에서 업체들의 사정만 봐줄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장 마감 시한이 다가오는 만큼 막바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다.
국토부 항공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의견을 수렴 중이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도 안건이 상정될 만큼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업계의 어려움 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만큼 상식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조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