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1세대 1주택자에 한해 주택 공시가격을 작년 가격으로 적용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줄여 준다.
이에 따라 작년 공시가격 11억 원의 아파트를 보유한 1세대 1주택자는 올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되며 재산세도 전년과 동일한 금액만 내면 된다.
기획재정부는 30일 민생경제 안정대책에서 1세대 1주택 실수요자의 보유세 부담 완화를 위해 올해 3분기 재산·종부세제 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 산출 시 2022년 공시가격이 아닌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해 세부담을 가격 급등 이전 2020년 수준으로 환원시키겠다는 것이다.
재산세는 당해년도 공시가격에 공시시장가액비율 60%를 곱해 산정된 과세표준금액에 구간별 0.1~0.4%의 세율을 곱해 산출된다.
지난해 공시가격 9억 원인 아파트를 소유해 205만 원의 재산세를 낸 1세대 1주택자는 올해 공시가격이 12억5800만 원으로 올라 재산세를 작년보다 51만7000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방침대로 공시가격을 지난해 가격으로 적용하면 추가 부담이 없어진다.
같은 조건에서 올해 공시가격 6억 원이 되는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2021년 공시가격(5억 원)을 적용받으면 추가 부담(7만3000원) 없이 작년과 동일한 72만8000원을 재산세로 내면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2021년 공시가격과 공시가격 9억 원 이하 1세대 1주택자에게 부여되는 구간별 0.05%포인트(P) 세율 인하 특례까지 적용되면 1주택자의 약 91%에 해당하는 공시가격 6억 이하 주택(896만 호)의 올해 세부담이 2020년보다 축소된다"고 말했다.
종부세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기 위해 2021년 공시가격 적용하는 동시에 현재 100%인 공정시장가격비율도 조정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재산세 등을 매기는 기준인 과세표준 산정에 쓰이는 지표로, 60~100%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종부세는 공시가격 합산액(1세대 1주택자는 공시가격 11억 원 초과부터 적용)에서 기본 공제액을 빼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산출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낮을수록 세금 부담은 줄어든다.
작년 공시가격 11억 원의 아파트를 보유한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를 아예 내지 않아도 된다. 올해 공시가격이 12억5800만 원이 돼 종부세 부과대상이 되지만 2021년 공시가격 적용 시 1세대 1주택 기본공제(11억 원 이하)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당 주택자는 올해 325만5000원의 재산세(2021년 공시가격 적용 시)만 내면 된다. 올해 예정된 재산세(392만4000원)보다 66만9000원 혜택을 보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보유세를 줄려주는 것은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 19.0%, 올해 17.2%씩 급등해 1세대 1주택자 실수요자의 세금 부담이 커져서다.
정부는 2021년 공시가격 적용을 위해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국회 동의 필요)을 추진하고, 공정시가액비율 조정은 관계부처 논의를 거쳐 올해 종부세 부과 시점인 11월 말까지 관련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현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도 수정.보완한다. 부동산 유형간 가격 균형성을 확보하기 위해 2020년 11월 도입된 이 계획은 토지는 2028년, 공동주택은 2030년, 단독주택은 2035년까지 8~15년에 걸쳐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9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이 계획은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 과정에서 추가적인 국민 세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내달 중 연구용역을 착수해 관계부처 협의와 전문가 검토, 공청회 등을 거쳐 연말 수정안을 확정 후 2023년 공시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사 등으로 인한 일시적 1세대 2주택자의 취득세 중과배제 기한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한다.
현재는 종전·신규주택 모두 조정대상지역인 경우 신규주택 취득일부터 1년 내 종전주택을 양도해야만 취득세 중과가 배제되고 있는데 종전주택을 2년 내 양도하면 중과 배제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개정 내용은 이달 10일 이후 종전주택을 처분하는 경우도 소급 적용된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주거사다리 지원을 위해 올해 3분기 지역·주택가액별로 60~70%로 적용되던 생애 최초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80%까지 완화된다. 이럴 경우 서울 5억 원 아파트 구입 시 대출한도가 3억 원(LTV 60%)에서 4억 원(LTV 80%)으로 확대된다.
이밖에도 장래소득 증가가 예상되는 청년층 대출이 과도하게 제약되지 않도록 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장래소득 반영폭을 확대하고, 올해 8월 청년·신혼부부 대상 초장기(최대 50년) 모기지도 출시한다. 초창기 모기지로 50년 5억 원 대출 시 월 상환액이 기존 40년대비 16만 원 줄어든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러한 대책으로 세부담이 완화되고,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으면 주택시장이 안정돼 전반적으로 서민·중산층에게 혜택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