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인류를 덮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항해 불안한 생활을 하는 동안 소비자들은 기술 기업이 제공해준 각종 편리성에 자신도 모르게 스며들어 살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코로나19 감염자 추적 관리, 백신 예방접종 등 행정적 절차는 물론 비대면으로 장을 보고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등 IT기술의 장단점을 판단할 새도 없이 흠뻑 빠져 생활했다. 그러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의 전환기에 접어들면서 온라인 의존적이던 생활에서 한 발짝 떨어질 수 있게 되고 오프라인 시장이 다시 살아나자 그 사이 공룡이 돼버린 온라인 기업들의 ‘독점적 횡포’가 새삼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배달 플랫폼은 최근 동네북 신세다.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외식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배달 플랫폼 이용자는 급감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배달의민족은 플랫폼 광고 상품을 둘러싸고 등록된 자영업자들과 광고 수수료 책정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자영업자 단체가 배달의민족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 단체는 배달의민족이 배달비 전체를 업주 수익으로 잡아 업주 수수료와 세금 부담을 가중하고 그들이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며 국세청에 고발했다.
배달 노동자들은 배달의민족이 배달료 산정을 위해 만든 지도 프로그램 오류로 손해를 봤다며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배달 수수료를 둘러싸고 갈등 중이다. 소비자들 배(음식값)보다 더 커질 듯한 배꼽(배달비)에 대한 반감이 거세지고 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업계 1위인 무신사는 팬데믹 기간 거래액 1조2000억 원, 회원 수 900만 명의 ‘패션 공룡’으로 몸집이 커지면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패션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진 디자이너와 신생 업체를 입점시키는 중개업자였던 무신사는 자체 상표(PB)를 만드는 제조까지 뛰어들었고, 남성 패션 플랫폼으로 출발했지만 스타일쉐어와 29cm라는 여성 패션 플랫폼까지 인수해 문어발 확장에 나서면서 자사 브랜드나 투자한 브랜드 위주로만 운영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입점 수수료 정책도 원성을 사고 있다. 2021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 입점 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무신사가 입점 업체에 받아온 평균 수수료는 27.6%로 쿠팡, 위메프 등 다른 이커머스 평균의 2배가량이다.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백화점과 비슷한 수준이다.
더구나 무신사는 올들어 판매한 티셔츠가 짝퉁(가품)으로 확인돼 소비자들로부터 불신까지 받게 되면서 진퇴양난 위기에 처해 있다.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맞다. 기술로 인해 생산 방식이 바뀌고 그에 따라 정치, 사회, 문화 제도까지 다 바뀌게 된다. 코로나시대에 언택트 IT기술은 그런 세상을 이미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기술을 처음 개발한 기업이 끝까지 소유한다는 보장도 없고, 새로운 기술은 금세 퍼지게 된다. 결국 기업 가치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려면 이해 당사자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기업이 추구해야 할 전략이 바로 사회적 가치 창출이다.
그런데 아직 경영 경험이 일천한 기술 기업들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소홀히 여기고 이해 당사자들과 관계 맺기에 서툴러 갈등을 장기화하다 보면 다른 기업에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바꿔놓은 수많은 것들 중에는 수익성을 성공의 척도로 삼았던 기존 경영전략의 궤도 수정도 포함돼 있다. 코로나19처럼 쓰나미 같은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살아남아야만 기회가 있음을 뼈저리게 느낀 기업들은 ‘수익성’만이 아닌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기술을 만든 그 기업이 존재함으로써 세상이 좀 더 나아지고 행복해진다는 사회적 가치를 이해당사자들과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아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엔데믹 시대를 맞아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빠르게 태세 전환을 해야 하는 이유다. h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