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들 각자의 국민

입력 2022-05-2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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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벼리 정치경제부 기자

지난달 정치경제부로 발령이 났다. 한 달 좀 넘는 기간이지만 현장에서 정치인들을 만나 얘기도 나누며 정치 한복판에 있다는 실감을 하고 있다.

밖에서 보는 정치와 안에서 경험하는 정치는 천지 차이였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정치인들이 국민을 인식하고 활용하는 방식이다.

최근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윤석열 내각 인사청문회 등 정치적 갈등이 정점을 찍었을 때 양당 의원들의 가장 큰 고민은 대체로 6ㆍ1 지방선거였다. 정치적 의제 자체보다는 그것이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극적으로는 본인의 지역구에서 자당 후보들이 과연 승리할지 여부에 노심초사했다. 더 나아가 2년 뒤 금배지를 다시 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묻어났다.

여야 지도부가 특정 이슈에 대해 정반대의 메시지로 매번 국민을 소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각자 자당의 뜻이 곧 국민의 뜻이고 국민의 뜻 또한 자당의 뜻이라는 전제로 상대 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검수완박 재협상 국면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재협상 거부는 국민과 맞서 싸우겠다는 오만의 정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윤 정부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차기 정부의 태도가 그러하다면 국민이 용납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인사청문회 국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민주당의 지지부진한 협조에 "새 정부의 출범을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또 다른 폭거"라고 규정하자,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후보자 모두 국민의 퇴장 명령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정치인들은 모두 국민을 전유(專有)하고 있다.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뒷받침하기 위해 매번 '국민'을 호명하지만 그 텅 빈 단어가 가리키는 것은 정치인 개인들의 생존본능과 당리당략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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