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에서 전세 보증금 3억1000만 원짜리 빌라에 거주 중인 30대 신혼부부입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한 번 사용한 데다 곧 아이가 태어나 주변 아파트로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여의찮네요. 매매는 가격이 너무 올라 생각도 못 하고 있습니다. 전세대출도 여의찮은 상황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울 아파트 시장이 심상찮다. 아파트값 급등에 이어 임대차법과 세 부담 증가에 따른 집주인의 월세 선호 현상 등으로 전셋집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소비자 물가가 치솟고 대출금리도 연일 급등하는 상황에서 무주택자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전세마저 대란 조짐을 보이자 부동산 시장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24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7722만 원으로 집계됐다. 강북지역 역시 10억1128만 원에 달했다. 2017년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6억708만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년 만에 두 배 이상 오른 셈이다.
아파트 매맷값에 이어 전셋값도 수직 상승했다. 부동산R114 조사 결과, 2020년 7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3569만 원 수준이었지만, 이달 기준 전셋값 평균치는 6억8898만 원으로 올랐다. 만약 평균값을 기준으로 2020년 계약갱신청구권을 시행해 전월세 상한제(5%)를 적용했다면 5억6248만 원에 재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나서 신규 계약을 맺을 때는 2년 전보다 1억2000만 원 이상 더 필요하다.
설상가상으로 전세 매물도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지난 3개월간 전국에서 가장 많이 줄었다. 이날 기준 전세 물량은 총 2만5795건으로, 석 달 전(2월 24일) 3만1044건보다 17% 감소했다. 전세 물건이 줄면서 거래량도 연내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 계약 건수는 9121건으로, 1만 건 이하로 떨어졌다.
그나마 남은 전셋집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 물량이 줄어든 데다 보유세 등 세금 부담을 세입자한테 넘기는 현상까지 발생해 전세 보증금이 급등한 것이다.
마포구 ‘공덕현대’ 전용면적 51㎡형은 21일 신고가인 3억5700만 원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지난해 12월 같은 평형이 3억450만 원에 전세 계약을 맺은 것과 비교하면 약 5200만 원 오른 셈이다. 강서구 ‘가양 6단지’ 전용 39㎡형 역시 14일 종전 최고가보다 2000만 원 오른 3억3000만 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정부는 전세 시장 불안이 감지되자 선제 대응을 예고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날 간담회에서 “주택담보대출이나 분양가 상한제 등에 묶인 실거주 의무 때문에 요건을 맞추려 매물이 잠기는 경우에 대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세입자 전세대출 한도 확대, 임대차법 조정 등도 언급했다. 다만, 실거주 의무 완화는 곧 갭투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실제 대책 시행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