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수혜주 옥석 가리기가 사직됐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원전, 방산, 우주, 기계 등 다양한 분야가 수혜 업종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우주·항공, 반도체, 자동차 업종이 먼저 반응했다.
23일 국내 증시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우주산업 협력 기대감에 우주·항공 관련주가 강세를 나타냈다. LIG넥스원은 전일 대비 4.10%(3000원) 오른 7만6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한국항공우주는 3.28%, 퍼스텍은 3.49% 올랐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동성명을 통해 우주 탐사를 비롯해 우주기술과 우주산업 분야에서 양국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 기대감에 한화시스템(1.30%), 한화에어로스페이스(1.76%) 등 방위산업 관련주들도 두각을 나타냈다.
양 정상이 반도체와 배터리, 핵심광물 등 주요 품목의 회복력 있는 공급망 촉진을 논의하기로 하면서 관련주들도 들썩였다. 동진쎄미켐(3.15%), 솔브레인(2.70%) 등 삼성전자 반도체 협력사들이 강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반도체 소재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원전 동맹’ 기대감에 원전주들도 상승세를 보였다. 한미 양국은 소형모듈원자로(SMR)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해외 원전 시장에서의 한미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두산에너빌리티(-0.97%), 보성파워텍(1.37%), 비에이치아이(2.98%), 우리기술(1.07%) 등 원전주들이 주목받았다.
자동차산업은 현대차의 미국 조지아 신공장 증설 수혜 기대감에 현대오토에버(2.71%) 등이 올랐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신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3공장이자 제네시스의 첫 번째 해외 공장, 그룹 최초의 전기차 전용 공장이다. 연간 생산량 30만 대, 총투자금액 70억 달러로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상장 부품사 중 알라바마-조지아 벨트에 진출한 곳은 약 17개사로 현대모비스, 만도, 한온시스템, 서연이화 에스엘, 화신 등의 수혜가 기대된다”며 “현대차가 신공장에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적용하면서 현대위아와 현대오토에버의 수혜도 기대된다”라고 분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주식시장은 (한미정상회담) 주요 내용을 빠르게 반영할 전망이다”라며 “우선 회담 기간 중 언급됐던 사항들을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재료로 사용할 것이다. 정상회담에서 노출된 산업들의 신규 투자와 발전 가능성, 그리고 수혜 여부를 하나씩 점검할 전망이다”라고 내다봤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외국인이 다시 국내 증시에 돌아올지도 관심사다. 양 정상은 지속 가능한 성장 및 금융 안정을 위해 외환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한미 양국 중앙은행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외환시장 안정화 논의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율 급등세 진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구체적으론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 등이 논제가 될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김대준 연구원은 “(한미 외환시장 협력이) 한국증시에서의 수급 불안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만약 이런 흐름대로 시장이 움직인다면 그동안 위축된 흐름을 보이던 한국 증시도 조금씩 회복되는 궤적을 그리게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에 의한 환율 불안이 문제가 되는 시점이고, 무역적자가 누적되면서 달러 수급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화스와프 체결 이슈는 우리 시장에 꽤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이것만으로 원화 안정 자체를 담보할 수는 없겠지만, 증시 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신호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