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연일 오르면서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위기가 현실화됐다. 금융당국의 RBC(지급여력) 비율 권고치인 150%에 미달하는 보험사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은 올해 3월 말 RBC비율을 131.5%로 공시했다. 전년 말 210.5%보다 79%포인트(p) 낮아진 수치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또 다른 보험금 지급여력을 나타내는 기준인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LAT) 금액을 6조 원 이상 잉여액으로 보유하여 보험금 지급의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내년 현행 RBC제도를 대체하는 새로운 건전성제도(K-ICS)가 시행되면 재무건전성은 다시 안정화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DGB생명, DB생명 등도 농협생명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화손보도 지난 3월 말 RBC비율은 122.8%로 공시했다. 전년 말 대비 54.1%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올해 들어 한화손보, 농협생명 등 당국 권고치에 미달되는 보험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작년 말 기준 150% 미만을 기록한 보험사는 부실금융기관 기로에 섰던 MG손해보험이 유일했다.
대형사들은 겨우 턱걸이를 한 곳도 있다. 평균 20~30%p씩 RBC가 떨어진 가운데 삼성생명이 가장 큰 하락폭(58.6%p)을 나타냈다. 한화생명(161.0%), KB손해보험(162.3%) 등은 권고치를 소폭 상회했다.
RBC비율은 보험회사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보험업법에서 100% 이상을 유지토록 규정하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보통 150% 이상을 권고한다. RBC비율이 떨어지는 것은 최근 시장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보험사들이 보유한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자본금이 줄고, RBC비율도 떨어진다.
RBC비율이 150% 이하로 간다고 해서 당장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는 것은 아니다. 다만 RBC비율을 다시 높이라는 권고를 받을 수 있고 회사는 당국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받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RBC비율이 하락하면 새로운 보험상품을 만들어 출시하는 것조차 어려워져 영업적으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금융당국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간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2일 이찬우 수석부원장 주재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 RBC비율 하락 관련 미팅을 열기도 했다.
당시 보험사 CEO들은 금감원에 신지급여력제도(K-ICS) 조기 도입과 같은 규제 완화 대책을 요구했다. K-ICS가 도입되면 회계기준이 변경돼 보험사들의 자본건전성도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영상의 문제보단 금리 상승효과가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향후 적용될 수 있는 규제 조치 완화 방안 등을 검토해 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