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달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활짝 웃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빅 스텝’과 더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봉쇄 등 악재가 겹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진 탓이다. 증권가에선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훌쩍 넘길 거란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반면 20년만에 최저치를 달성한 엔화 ETF는 환헷지형 상품이 유리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 달러 관련 ETF상품인 KOSEF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는 올해 들어 수익률 15.99%를 기록 중이다.
KODEX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는 15.81%, TIGER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도 15.69% 올랐다. KODEX 미국달러선물(7.94%), KOSEF 미국달러선물(7.78%), TIGER 미국달러단기채권액티브(7.77%)도 양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올해 달러 관련 6개 ETF의 평균 수익률은 11.83%로 파악된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2.5%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투자자별로는 수익이 엇갈렸다. 올해 ETF상품을 5조4357억 원어치 팔아치운 기관은 달러 관련 ETF상품 251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올해 국내 ETF 상품을 총 3조9577억 원어치 사들인 개인 투자자들은 달러 관련 상품 순매도 행렬을 이어가면서 저조한 수익을 거뒀다.
6개 ETF가 ‘환노출형’ ETF인 만큼 환율 효과의 수혜를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 대상 국가 통화가치가 상승 시엔 환노출형, 하락시 엔 헷지형이 유리하다.
원·달러 환율은 연일 천정을 뚫고 고점을 경신 중이다. 지난 13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91원을 상회하면서 코로나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19일(1296원)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2009년 7월(1293원)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 ‘달러인덱스’도 지난 12일 기준 104.89로 치솟으면서 2002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글로벌 악재가 누적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달러 강세로 이어진 탓이다. 고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거란 우려가 연준의 긴축 고삐로 이어지고 있고, 여기에 러시아발 전쟁 및 중국 경기 둔화까지 전방위적인 이머징 통화 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장기적으로 1300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수지 적자폭이 줄면 2분기 말로 갈수록 급등했던 환율도 1200원 초반대로 하향 안정화될 전망”이라며 “다만 “한국 무역수지의 추세적 감소가 원화 약세 압력을 지지 중이며 최근 총외채 비율이 금융위기 당시를 상회하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의 상단은 1350원까지 상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화 ETF 상품에 대해선 환율의 등락에 영향이 없는 ‘환헷지형’이 유리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엔화는 지난 4월 중순부터 엔·달러 환율이 125엔을 넘어서면서 20년래 최저 수준에 진입한 상태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추후 글로벌 경기둔화 심화 시 엔화가 강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으나, 당분간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이 이어지는 한 엔화 약세압력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