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한 규정으로 기업들의 대응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를 고려해 규정을 구체화하고 기업의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대응이 쉽지 않으리라고 우려했다.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올해 1분기 산재 사망사고는 141건, 총사망자 수는 157명이었다. 지난해 1분기 사망사고 163건으로 총 166명이 사망했던 것과 비교하면 감소했지만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건설·제조업에서의 사망사고가 적지 않다. 건설업은 7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명 줄었지만 49.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전히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현장에서 제도 정착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예방 대책이나 관련 인력·비용 투자가 부족하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중대재해처벌법 순회설명회에 참여한 5인 이상 기업 930개사를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기업 실태’를 조사한 결과, 기업의 30.7%가 중대재해처벌법의 내용을 이해하고 대응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반면 기업의 68.7%가 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설명회에 참석한 대다수 기업은 법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차례 설명을 듣고 다양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법 준수를 위해서 무엇을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막막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획기적 감축을 강조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정비에 나설 방침이다.
법 시행령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안전·보건 목표 △전담 조직 △유해·위험요인 확인 개선 절차 △인력·시설·장비 구비 및 예산 편성 △안전·보건관리자 배치 △종사자 의견 청취 절차 △조치 매뉴얼 △도급·용역·위탁사 산재예방 능력 평가기준 마련 등 9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이 현장 특성에 맞는 안전·보건 시스템을 만들 것을 주문하지만, 기업 측은 자율성을 둔 규정을 지적하고 있다. 법을 준수했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인력과 예산·조직·절차 기준을 분명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전문인력 부족 문제가 가장 큰 어려움이다. 지난 5일 발표된 중소기업중앙회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실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35.1%가 중대재해처벌법 의무사항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준수 이유로는 ‘안전보건 인력이 부족(55.4%)’이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는 “대기업 사이에서 안전보건 관리 비용 기준을 정할 수 없어서 의무 이행을 못 하는 게 현실”이라며 “대기업조차 이러니 중소기업은 아예 준비도 못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총은 오는 16일 고용부 등 6개 관계부처에 법 시행령 개정에 관한 건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주요 내용은 경영책임자의 의무와 안전보건 관계법령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골자다. 또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사망 사고에 대해선 별도 문구를 신설해 달라는 건의사항도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