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정차 호재로 아파트값이 급등했던 지역들이 내림세로 접어들었다. 신고가 대비 수억 원 하락한 금액에 실거래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집값 고점 인식과 집값 급등 피로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로 다주택자 매물이 쏟아지면서 집값이 조정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푸른마을인덕원대우’ 전용면적 84㎡형은 이달 8억3700만 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 같은 평형은 올해 들어 4월까지 줄곧 9억~9억6000만 원 선에서 거래돼왔지만, 이번 달 8억 원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8월 12억4000만 원에 신고가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9개월 새 4억300만 원 하락했다.
이 단지 인근 관양동 ‘인덕원마을 삼성아파트’ 역시 하락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 아파트 전용 59㎡형은 3월 8억4000만 원에 거래됐다. 해당 평형 직전 거래가는 2월 9억 원이었다. 한 달 새 6000만 원 하락한 셈이다. 지난해 6월 신고가 9억9000만 원 대비 1억5000만 원 떨어졌다.
평촌동 M공인 관계자는 “인덕원 쪽은 작년 연말에 거래가 조금 이뤄졌지만, 현재는 한 달에 한 건이 될까 말까 할 정도로 매매가 줄었다”며 “가격도 GTX 정차 발표 이후 10억 대 중반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수천만 원 떨어진 급매 위주로만 간간이 거래된다”고 말했다.
이 일대는 지난해 6월 GTX C노선 정차역으로 인덕원역이 추가되면서 집값이 급등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안양시 동안구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33.8%로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수요가 급감하면서 아파트값이 지난해 12월 27일(-0.01%) 하락 반전한 뒤 19주 연속 떨어지고 있다. 매물도 쌓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2일 기준 경기 안양시 동안구 아파트 매매 매물은 총 2769건으로 집계됐다. 1월(12일 기준) 2121건과 비교하면 4개월 새 약 30% 늘었다.
이러한 GTX 호재 지역들의 아파트값 하락 사례는 수도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GTX C노선 또 다른 호재 지역인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상록수역 인근 ‘월드아파트’ 전용 44㎡형은 지난달 3억 원에 거래됐다. 해당 아파트 같은 평형 직전 거래가는 지난해 12월 4억5500만 원이었다. 석 달 만에 1억5500만 원 하락했다. 의왕시 삼동 의왕역 인근 ‘효청청솔’ 전용 59㎡형도 지난해 9월 5억4000만 원에서 지난달 4억8500만 원으로 하락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해당 지역은 GTX 호재로 고평가됐던 부분이 최근 조정을 받는 것”이라며 “최근엔 양도소득세 한시적 유예도 시행되면서 다주택자가 서울 외곽지역부터 매물을 정리하자 집값이 더 내려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