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적자 국채 발행 없이 59조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한다. 재정건전성 훼손 없이 초과 세수를 반영한 세입 경정과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 등으로 재원 조달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등 유동성이 시중에 풀릴 경우, 고공행진 중인 물가 상승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12일 발표한 추경 규모는 총 59조4000억 원이다. 이 중 36조4000억 원은 일반지출인 코로나19 손실보상 등 소상공인 지원 등에 쓰이고, 나머지 23조 원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방교부세 보강 등에 투입된다. 현행법은 세입경정으로 추경 편성 시 지방교부세를 보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추경 재원 중 44조3000억 원을 세입경정을 통해 조달한다. 올해 세수가 53조3000억 원 더 들어올 것으로 추계하고, 이 중 44조3000억 원을 추경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세입 전망은 396조600억 원으로, 본예산 대비 53조3000억 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있다. 법인세가 본예산 대비 29조1000억 원 증가해 가장 많았고, 근로소득세(10조3000억 원)과 양도소득세(11조8000억 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는 세입경정 외에도 세계잉여금, 한국은행 잉여금 등을 활용해 8조1000억 원의 가용재원을 발굴하고,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7조 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대신 적자 국채는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초과세수 중 추경 재원 활용분을 제외한 나머지 9조 원은 적자 국채 축소에 활용한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 규모는 1차 추경 기준 1075조7000억 원에서 1067조3000억 원으로 8조40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1%에서 49.6%로 0.5%포인트(P) 내려간다. 국채 미발행과 9조 원 규모의 국채 축소, 세계잉여금 국채상환 등으로 국가채무 규모가 줄어든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다만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으로 유동성이 시중에 풀리면 물가 상승세를 더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추경은 손실보전금 등 현금성 이전지출의 성격이 강해 초과 소비 수요를 자극,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11일 사전 브리핑에서 "이번 추경이 물가 상승에 일부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고물가·고유가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계층들에 대한 지원이 굉장히 절실했다"며 "물가안정대책과 잘 조화시켜 물가 상승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국채를 발행하지 않더라도 총수요는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소지는 있다"면서도 "아무래도 소상공인에게 약속했으니 이 정도로 조정한 것은 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