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분기 60% 증가와 대조적
중국 코로나 봉쇄·우크라 전쟁·인플레에 발목
2분기 증가율 전망치도 3%대 그쳐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 성장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봉쇄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 각종 변수가 성장 발목을 잡았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과 중국과 일본, 유럽 등의 주요 상장사 약 4300개사의 실적을 집계한 결과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한 8045억 달러(약 1022조1100억 원)를 기록했다고 8일 보도했다.
6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기록한 것이긴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60% 가까이 급증했던 것을 감안하면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한 것이다. 지난해 1분기 증가율은 42%였다. 특히 실적 발표가 계속 진행되면서 전체 순이익 증가율이 내려가고 있어 최종적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보합세에 그칠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부분 업종에서 고른 증가세를 보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1분기에는 업종별 희비가 엇갈렸다. 원자재 기업은 가격 상승을 훈풍 삼아 실적 호조를 기록했지만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수혜주로 꼽혔던 정보·통신 업종의 순이익은 무려 26% 감소했다. 금융 업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러 제재 영향으로 20% 줄었고, 기계 업종 역시 비슷한 이유로 3% 감소세를 기록했다.
영국 정유회사 BP는 러시아 사업 철수로 255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떠안게 됐다. 미국 보잉은 공급망 혼란으로 적자 규모 확대를 면치 못했고, 포드도 적자 전환했다. 반면 소재·에너지와 전기, 물류 부문은 순이익 증가세를 유지했다. 미국 철강기업 뉴코어는 건설 등 강한 수요에 힘입어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순이익 규모를 늘렸고,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는 탄탄한 수요와 가격 인상 등으로 실적 호조를 기록했다.
2분기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팩트셋은 올해 2분기 순이익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3%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재확산 방지를 위한 중국 도시 봉쇄령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공급망 혼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경계감도 한층 높아졌다. 애플은 지난달 말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과 순이익을 발표했지만, 당장 2분기부터 매출이 최대 80억 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미국 은행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은 러시아와 관련한 대손충당금을 설정한 사실을 공개했다.
기업들의 이익 증가 둔화세에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전환된 상태다. 2분기에는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4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후퇴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도 미국 경제가 2년 내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35%로 전망했다.
유럽은 대러 제재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에 올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